▶ 김정은 ‘양면전략’ 신년사 이후 청와대 ‘환영’… 판문점채널 개통
▶ 트럼프, 뒤늦게 “회담은 좋은 것” “평창 때 한·미 훈련 없어”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이 남북 대화 재개 전략으로 선회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말이 나온다. 본래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란 한반도 관련 이슈에서 한국이 소외된 채 주변 강국과 북한끼리만 논의가 진행되는 현상을 말한다.
북한은 종종 미국과의 실리 외교를 지향하면서 남한의 참여를 봉쇄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코리아 패싱’이란 말이 나오도록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야당은 한미동맹 이상 기류까지 거론하면서 “코리아 패싱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8년 새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용의를 거론하면서 남한을 향해 ‘대화’ 손짓을 하는 한편 미국을 겨냥해서는 ‘핵 단추’ 위협 발언을 하는 등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남북 대화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자,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이날 “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간 회담을 열자”고 즉각 제의했다. 이어 북한이 3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판문점 연락 통로 개통 발표 직후 채널 재가동에 응하면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완전히 끊겼던 남북 채널이 23개월 만에 복구됐다.
남북은 앞으로 판문점 채널을 통해 남북 당국회담 개최 일정 및 의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남북 당국회담은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만 논의하는 체육 실무회담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 대화가 진전된다면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적 지원,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및 경제 지원, 군사훈련 축소,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까지 의제를 확대해갈 수도 있다.
새해 들어 남북 관계가 해빙 무드를 타는 것을 둘러싸고 처음엔 한국과 미국이 다른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1일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문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남북 대화를 신속히 복원하고 북한 대표단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실현할 수 있도록 후속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반면 미국은 신중하거나 냉소적 입장을 보였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보좌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한국과 미국을 멀어지게 만들려는 데 분명한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로켓맨이 지금 한국과의 대화를 처음으로 원한다”면서 “아마 이것이 좋은 소식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이 ‘핵단추가 항상 책상 위에 있다’고 했는데, 나는 그가 가진 것보다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뒤늦게 트위터에서 “회담은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확고하고, 강력하고, 북한에 대해 우리의 모든 ‘힘’을 쓸 의지를 보이지 않았더라면 지금 북한과 남한 간 회담과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겠느냐?”라고 말해 자신의 역할을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문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평창 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평창 올림픽 기간에 내 가족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도 말했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은 “그동안 통미봉남 전략을 구사해왔던 북한이 이번에는 ‘코리아 패싱’인 아닌 ‘아메리카 패싱’ 흉내를 냄으로써 북미 협상의 계기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통남봉미에서 ‘통남통미(通南通美)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일부의 전망도 있지만 북한이 결국 통미봉남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의 이간질 전략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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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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