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 7년마다 객지로 떠났던 주민들 귀향
▶ 고난의 행진 참가, 성경 속 인물 역할
■ 이탈리아 소읍의 전통 종교축제
이탈리아의 구아르디아 산프라몬디는 방랑벽에 사로잡힌 여행객들에게는 익숙한 지명이다. 7년마다 한 번씩 그곳에서 열리는 독특한 종교 의식 때문이다. 수 세기 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나폴리의 북동쪽에 위치한 에메랄드 힐스의 들판에서 한 농부가 나무로 만들어진 성모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영험한 성모상이 발견됐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곧이어 이를 손에 넣으려는 마을 주민들 사이에 심한 다툼이 일어났지만, 시간이 지나자 탐욕으로 가득 찬 꼴사나운 싸움을 중단하고 커뮤니티 전체가 참여하는 제사를 지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이때 시작된 전통이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축제의 형태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구아르디아 산프라몬디의 소읍에서 열리는 의식은 마돈나의 신성한 개입으로 기아와 흉작으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라는 마을 주민들의 간절한 기원을 담아 행해졌다.
지금은 7년에 한 번씩, 8월 속죄주간에 열리며 성경의 비유를 재현한 가장행진이 곁들여진다. 해외로 이주한 주민들도 의식이 열리는 해에는 어김없이 시간에 맞춰 귀국해 자갈이 깔린 좁고 꼬불꼬불한 거리를 행진하며 그들에게 주어진 배역을 충실히 연기한다.
5,000년 전 세워진 소읍인 구아르디아 산프라몬디는 세대를 거듭하며 전해져 내려온 전통의식을 통해 7년마다 전 세계를 향해 잠에서 깨어난다. 이 의식에 ‘출연’을 거부하는 것은 일부에겐 수치로 여겨진다.
의식의 정점은 일요일에 열리는 행진으로 두건을 덮어쓴 수 백 명의 속죄자들이 참회의 뜻으로 자해를 해가며 피로 얼룩진 고난의 행군을 한다.
생후 6개월 된 아기들도 부모의 팔에 안겨 행진에 참여한다. 동네 일곱 살배기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혼 표백”을 위해서다.
성서에 기록된 120개 장면의 등장인물을 맡은 마을 주민들 가운데 올해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을 연기한 남성은 출연경력이 50년에 달한다. 그는 첫 출연 당시 자신이 최연소 배우였다고 자랑한다.
4개 디스트릭트의 주민들은 거의 1년 전부터 행사를 준비한다. 필요한 의상은 직접 만들거나 로마의 시네시타 스튜디오에서 빌려온다. 연기를 펼칠 ‘배우’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어린 소녀들은 대개 날개 달린 천사 역을 맡고, 그들의 언니는 고대 로마의 아리따운 여성으로 분장한다.
8월의 행사일이 돌아오면 주민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 의상을 입고, 화장을 한 후 마을의 교회당 앞에 집결해 각자 지정된 위치에서 행진 명령을 기다린다.
전체의식이 진행되는 1주일 중 일요일이 가장 중요하고, 긴 날이다. 의식 하루 전, 교회와 당국의 책임자들이 마을 중앙광장에 위치한 교회에 모여 제단 벽면 황금 조개모양의 공간에 자리 잡은 마리아상을 공개한다. 지난 8월, 마리아상이 공개되자 교회 본당을 가득 메운 신실한 교인들은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검은 복장을 한 나이든 여성들은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고, 나이 어린 신자들은 머리 위로 두 손을 치켜 올려 성모상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일요일 오후, 성모상은 주민들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관광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창문 앞에서 일부 나이든 마을 주민들은 7년 후에 열리는 다음번 의식에 다시 참여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며 흰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성모로 분장한 제르마나 파라토(21)는 드레싱 룸으로 급조된 주차장에서 마을 여성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마지막 단장을 했다. 베일을 손질하고 면류관도 매만졌다. 퍼레이드 도중 연기를 펼쳐야 할 배우들은 겉모습 뿐 아니라 매너에 이르기까지 주어진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야 한다.
좁다란 거리를 따라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7시간 동안 행진을 벌이는 것은 대단한 지구력을 요구하는 힘든 작업이다.
행진 막바지에 어린 천사들은 유모차 안으로 들어가거나 부모의 팔에 안겼다. 마지막 오르막길에서는 수염을 기른 예수도 곤한 듯, 길가 건물의 문가에 기대어 아예 땅바닥에 주저앉은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휴식을 취했다.
흰 가운에 두건을 뒤집어 쓴 “바텐티”라 불리는 속죄자들은 못으로 자신의 몸을 찔러가며 성모에게 병든 자녀들의 치유와 그들의 죄 사함을 간구했다.
한 쪽 손에 조그만 나무 십자가를, 다른 손에는 수 십 개의 못이 박힌 둥그런 콜크를 든 채 속죄행렬을 따라가는 바텐티의 가슴 언저리는 자해로 인해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못이 박힌 코르크로 몸을 너무 세게 찔러 간간이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방문객들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눈을 내리 깔았다. 속죄자들을 따라 가며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보조들은 그들의 상처부위와 코르크에 연신 백포도주를 뿌렸다. 자해도구를 소독하고 상처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응급조치다. 이로 인해 주변 공기는 매캐한 피냄새와 탸트 와인 냄새로 가득찼다.
가장 행렬이 지나가는 거리는 전세 버스를 타고 온 수천명의 이웃도시 방문객들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배역이 주어지지 않은 나이 든 주민들은 의자와 양산을 들고 나와 행진로 곳곳에 자리 잡은 채 행렬이 지나갈 때까지 뜨거운 햇빛을 견뎌가며 몇 시간이고 끈질기게 기다렸다. 교회로 돌아가기 직전의 마지막 행진구간에서 성모상을 모시는 것은 마을 주민 전체가 탐내는 역할이다. 가끔 속죄자들이 피가 말라붙은 옷을 벗고, 몸을 씻은 후, 서둘러 평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성모상 운반을 맡기도 한다.
이와 유사한 의식은 15세기 유럽 전역에서 흔하게 치러졌다.
그 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구아르디아 산프라몬디의 의식은 500년 전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7년마다 이곳의 시간은 멈춰서고, 신성한 종교적 아이콘인 성모는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어 행사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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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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