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장의사 황순형 장의사.
학창시절 아르바이트로 인연 제이미 사장 후원으로 대학공부
남 돕는 일 하고싶었던 나에게 장의사는 천직
고인과 유가족에 아름다운 마지막 기억되도록 최선
고인의 삶과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하는 20대 한인 장의사가 있다. 그는 고인의 마지막 길 아름답게 떠나도록 배웅한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역할도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기에 직업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언제나 성실한 사랑의 마음으로 일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믿고 맡겨주는 고객들을 가족처럼 여기며 봉사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바로 제미장의사의 황순형(27) 장의사 이다.
■사랑과 존경하는 마음
그는 사춘기를 겪던 10대 때 장의사와 인연을 맺었다. 고등학생인 17세에 제미장의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친구 소개로 아르바이트를 한 것. 전화를 받고 장례 안내 등의 도우미 역할을 했다. 고교 졸업 후에는 풀타임 정직 직원으로 근무했다. 제이장의사 대표인 라빈 제이미 사장의 장학금으로 낫소카운티 칼리지에서 장례학과를 전공했다. 이어 맨하탄 Mcallster 장례전문 대학을 졸업하고 정식 뉴욕장의사 면허도 취득했다. 약 4년에 걸쳐 낮에는 공부하고 저녁에는 근무해야 했다. 좋아하는 친구들도 만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시절이었다.
사춘기 때 인연을 맺어 10년 차에 돌입한 그가 이제는 장례 상담부터 고인을 직접 모시고 유족을 마음으로 달래주며 복잡한 장례절차를 불편함 없도록 조율하고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그는 장의사로서 고인과 유가족이 어느 누구라도 늘 똑 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제이미 사장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 ‘사랑과 존경하는 마음’으로 변함없이 고객에게 정성을 다 쏟는 모습을 곁에서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83년의 전통과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제미장의사에서 자신의 미래 계획을 세운 이유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던 어린 시절 장래의 꿈은 경찰관 요리사, 미술가 등 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남을 도와주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의 성향에 꼭 맞는 직업으로 ‘장의사’를 선택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해 죽음으로 슬픈 이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도록 봉사의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셈이다. 그는 매일매일 장례예식 후에도 좋은 이웃으로 남을 수 있도록 언제나 ‘사랑과 존경하는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변함없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고 보람 있게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중한 내 가족처럼
그는 20대의 젊은 나이지만 오랜 경험을 쌓았기에 장례 상담에서부터 고인의 염, 영구화장, 매장과 화장 등 장례절차의 모든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고인과 유가족들이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최상의 서비스를 통해 도움을 주고자 함이다.
고인을 대할 때는 소중한 내 가족처럼 여긴다. 시신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참관할 수 없는 염을 할 때도 항상 유가족이 곁에 있다는 생각을 갖고 정성으로 임한다. 영구화장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한 순간은 평생 기억에 남기 때문에 고인이 돌아가신 게 아니라 편히 주무시는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는 장의사로서 유가족들에게 정신적인 위안이 될 수 있도록 아픔을 치유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영구 화장을 할 때도 유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 고인의 인자하고 평온한 모습을 보여주기 노력하고 있다. 고인의 마지막 길을 편안하게 모시고 유가족들과 지인들이 고인을 아름답게 배웅할 수 있도록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미리미리 준비하기
그는 수많은 죽음 가운데 친구나 지인들의 죽음에 더욱 가슴 아파한다. 소중한 그들의 마지막 길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는 다소 위안을 삼는다. 어린아이의 죽음에는 더욱 안타까움을 느낀다. 짧게 살다간 죽음은 가족들에게 아쉬움이 더욱 크기에 가슴이 더 아프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를 잃고 오열하는 부모들을 볼 때마다 ‘부모의 참 사랑’을 느끼곤 한다. 지난 1년 여 전 15년 지지 교회 친구가 갑자기 숨졌다.
가족끼리도 친하게 지내던 사이라 친구의 죽음 이후 지금까지도 힘들어 하는 친구부모를 볼 때마다 자신도 부모님들에게 효도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 진다고 한다.. 그는 고인과 유가족을 정성껏 모시는 정신을 변함없이 유지하면서 똑같은 마음으로 일하고자 한다. 장의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있는 그는 하고 싶었던 장의사로 일을 하고 있으니 행복하고 보람이 있단다. 직업을 통해 슬픔 속에 있는 사람들을 정성껏 모셔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음에는 감사하고 있다.
그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가정장 등 어떤 장례예식에도 만전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유족이 원하는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며 도와준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좀 더 편하게 모시고 유족들도 후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죽음은 예고하지 않기 때문에 1년 365일 공휴일도 상관없이 언제나 근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장의사로서 힘든 점이라고 귀띔하는 그는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당황해하는 유가족들이 참 많다고 전한다.
사람들은 언젠가 죽음이 올 것을 알면서도 그 죽음을 생각하기 싫어하는 편이다. 생각하기 싫다보니 준비도 안 하기 마련이다, 자녀들은 장례준비가 부모들을 빨리 가라는 것 같다며 꺼리기도 한다. 그는 유가족들이 전혀 준비 안 된 상황에서 장의사를 찾아다니며 슬픔 속에서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심정이라면서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그는 “죽음은 연습할 수는 없지만 준비하는 것은 가능하다. 장의사와 사전 상담을 통해 미리 장례 계획을 세우면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고인을 편안하게 잘 모실 수도 있다. 죽음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미리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행복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그는 1990년 멕시코에서 태어났다. 두 형제 중 막내. 무역업을 하던 아버지와 세 살 때 뉴욕으로 가족이민을 왔다. 학창시절은 퀸즈 플러싱에서 보냈다. 친구와 어울리기 좋아하는 개구쟁이로 자랐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했고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 야구를 즐겼고 투수로서 실력을 발휘했다. 모태신앙으로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다.
학교에서는 평범한 학생. 방과 후에는 청과상을 운영하던 집안일을 도왔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길 졸아하시던 아버지 영향을 받아 요리 실력도 전수(?) 받았다. 야채가 섞인 소고기 볶음을 잘 만드는 이유다. 사람 돕는 일을 좋아해서 경찰관이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천직으로 장의사를 선택하게 됐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멋있게 사는 것이 삶의 철학이다. 어려서 형과 함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배운 낚시가 지금도 취미다. 매년 여름에는 옛 추억을 더듬으며 친구들과 낚시는 다니곤 한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고 한 때는 격투기를 배우기도 했다. 꾸준한 운동이 자신의 건강비결인 셈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할 계획이지만 아직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는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것이 행복이라 여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멋있게 살고자 하는 그 자체가 그에겐 바로 행복한 삶인 것이다.
그는 지금 장의사로서 경험을 쌓고 있지만 언젠가는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장의사도 직접 운영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 그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고인과 유족들을 가족처럼 여기며 일이 아닌 봉사하는 마음으로 다가가며 한결같은 정성을 쏟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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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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