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람들 가운데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인재를 나는 접하지 못했다. 어떤 분야에서든 남 다른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은 한 분야를 선택한 후 달인이 되기 위해 올인한 점이다.” 철강왕 별병을 지닌 카네기의 말이다. “무엇인가 이루려면 한 가지 일에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쏟아 붓는 집중력이 필수다.” 발명왕 에디슨의 말이다.
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은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들은 무엇에 올인할 지를 알지 못한다.
정치 이론가 아사야 벌린은 사람을 여우와 고슴도치 두 가지 유형으로 보았다. 여우는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전략으로 고슴도치를 공략하지만 고슴도치는 오로지 한 가지 방법으로 여우의 기습에 대처한다. 몸을 똘똘 말아 가시바늘을 세우는 것이다. 민첩하고 꾀 많은 여우에 비해 고슴도치는 어정쩡하고 단순하지만 싸움에서 이기는 건 고슴도치다.
여우는 멀티 테스킹에 능숙하고 오지랖이 넓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일을 벌이는 타입이다.
다채로운 기술을 자랑하지만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증후군(ADHD)를 겪는 사람처럼 산만하다. 반면, 고슴도치는 일등을 하겠다, 남을 누르겠다라는 목표는 없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기량을 찾아내 그것에 집중한다. 고슴도치는 단순하지만 멍청한 것은 아니다. 반드시 필요한 것만 챙기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버리는 특이한 전략을 직감적으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특별하다”라고 세상의 모든 부모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진학과 취업에서 특별한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아카데미 수상식에 참여하는 스타들을 보라. 특별한 날을 위해 각별히 신경 써서 특별한 의상을 차려 입고 나온다. 하지만, 미디어와 관중은 그 중에서도 특이한 옷을 차려 입은 스타에게 카메라와 시선을 집중시킨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며 졸업자 대표연설을 한 학생이 있다. 분명코 그 학생은 학교와 부모에게 특별하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그와 비슷한 성취를 이룬 학생들이 미국의 4만개 고등학교에 적어도1명씩 존재한다. 가정과 지역에서는 특별하다고 보겠지만 전국과 글로벌 무대에서는 결코 특별한 학생이 아니다.
특별한 것보다 특이한 경험에 집중하는 기간이 여름방학이다. 학생 자신이“나처럼 특별한 학생이 전국에 널렸다”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도대체 나의 특이한 점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 학생은 여름방학 동안 이것 저것에 손을 댄다. 마치 동서양 모든 음식을 모아 놓은 뷔페식당에 온 것처럼 SAT 공부ㆍ운동ㆍ그림ㆍ악기ㆍ여행ㆍ 인턴십ㆍ여름캠프ㆍ보충학습ㆍ선행학습ㆍ독서 등등을 조금씩 건드린다. 그러나 방학 끝 무렵 자신을 돌아보면서,“방학도 끝나가는데 못한 공부나 좀 할까. 아니면 새 학기를 위해 쉴까. 공부도, 쉬지도 못하니 오늘도 집에서 뒹구는 잉여 돋는 날이다”라는 푸념을 한다.
1962년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대국민 지지율이 한 때83%까지 올랐지만 어느 순간 62%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케네디는 친구 클레어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녀의 조언은 간단했다. “너무 많은 일을 벌이지 말고 한 가지에 집중하세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인간의 두뇌는 멀티 테스킹에 적합하지 않다. 청소년의 뇌는 더더욱 그렇다. 여름방학 동안 강아지가 찔끔찔끔 오줌 싸듯 이런 저런 활동에 기웃거리면 시간과 에너지만 소모된다. 방학 동안 할 일 리스트를 만들기 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리스트를 먼저 만들고 오늘부터 그런 활동을 즉시 중단한다면 고슴도치의 특이한 전략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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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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