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한인은행들의 ‘사이즈’가 2배 가까이 커졌다. 2007년 3월말 138억달러였던 한인은행들의 자산 합계는 올 3월말 기준 250억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은행 숫자는 당시 14개에서 인수와 합병을 거듭하며 9개로 줄었지만 자산 합계는 괄목 성장하며 탄탄해진 한인경제권의 위상을 보여줬다.
한인타운의 커뮤니티 뱅크 수준이었던 것이 이제는 뱅크 오브 호프처럼 전국적으로 지명도를 갖춘 리저널 뱅크로 발전했으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어서 각종 수익성 지표는 주류은행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 은행마다 미래 성장전략들도 그럴 듯하게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주류은행과는 다르게 한인 고객들로 하여금 “나를 알아주는 곳은 역시 한인은행”이라는 인상을 갖게 해 준 점도 반갑다.
이렇게 ‘잘 자라준’ 한인은행들이지만 직면한 상황들은 만만치 않다. 당장 거시경제 전망이 불분명하다. 경기 사이클 상 불황으로 접어들 시점이 언제인지, 또 불황의 깊이와 폭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한미 양국의 정치상황도 중대한 도전이다. 한국의 때이른 대선이 미칠 경제적 파장은 아직 따지기 힘들고, 이제 갓 100일 지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떤 획을 그릴지도 불확실하다. 다만 위안이라면 법인세가 35%에서 15%로 낮아질 수 있는 정도랄까.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답게 은행들은 이미 외부충격에 대비해 자산건전성 개선에 나섰고, 저비용 예금을 늘려 대출 쏠림 현상을 관리할 쿠션을 마련했으며, 자본금 증자를 통한 미래성장 동력 확보 채비도 마쳤다. 각 은행의 수장들도 틈날 때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성장 전략 추진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으니 앞으로 10년 후의 발전상을 또다시 기대해 본다.
다만 이런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는 자원은 오직 사람이란 점은 불변의 진리로 보인다. 자동화된 시설에서 상품을 찍어내는 것도 아니고, 인공지능(AI)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휴먼 터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인 SBA 론 영업과 부동산 담보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핀테크로 변신하고, 전국구로 커나가며, 품격까지 갖춘 내실성장을 추구하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갖춘 이종(異種) 인재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인은행들도 이제 외형과 내실을 충분히 갖춘 만큼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왜 존슨 앤 존슨, 웰스파고, 코카콜라 등 생활용품 기업과 은행, 음료회사, 미디어 등에서 다양한 인재를 영입하고 있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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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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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없어질 직업중에 가장 순위가 높은데 은행 텔러라고 하네요. 어쩌나
한국은행들은 안전한 담보대출 융자와 텔러들의 헌신적인 고객 서비스로 한인시장에서 성장했습으나 이젠 자동화로 텔러들이 점점 잡을 잃고 있지요. 좀더 적극적인 커뮤니티 참여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