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 1심 재판부, 보관 허술·조악한 내용 등 이유 증거능력 배제
▶ “2024년 12월 1일 무력으로 국회 제압 결심했다는 게 실체 부합”

12·3 비상계엄을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8일(한국시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2025.12.8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이 장기독재 목적으로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라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노상원 수첩'의 증거능력 미비였다.
검찰은 수첩에 '여인형', '박안수' 등이 기재돼 있었고 실제 2023년 10월께 단행된 군사령관 인사에서 여인형은 국군방첩사령관으로, 박안수는 육군참모총장(계엄 선포 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으로 각각 보직된 점 등을 들어 최소 해당 시점부터 계엄이 모의됐다는 핵심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수첩에 적힌 내용의 신빙성은 물론 허술한 보관 경위까지 문제 삼으며 노상원 수첩의 증거로서의 가치를 부정했다.
22일(이하 한국시간) 연합뉴스가 확보한 1천253쪽 분량의 윤 전 대통령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검찰과 이후 윤 전 대통령 내란 사건의 공소 유지를 담당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2023년 10월 단행된 군사령관 인사 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하고자 노상원 수첩이 작성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검찰 또는 특검팀의 주장은) 막연하고 추상적일뿐더러 곽종근, 이진우도 육군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각각 보직됐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는 것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수첩이 발견된 장소에도 주목했다. 경찰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2일 후인 2024년 12월 15일 노 전 사령관 모친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던 와중에 책상 위에 놓여있던 노상원 수첩을 발견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상원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비상계엄을 계획하고 이를 피고인 김용현에게, 그리고 김용현을 통해 피고인 윤석열에게 전달했다면 수첩은 계엄 선포 1년 전부터 이를 준비하고 계획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수사기관에서 발견하기 쉬운 모친 주거지 책상 위에 그대로 두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노상원 수첩은 그 작성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고 보관 장소 및 방법 등에 비춰 중요한 사항이 담겨있던 수첩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게 재판부 결론이다.
이에 더해 그 모양, 형상, 필기 형태, 내용 등이 조악하다는 점도 수첩의 신빙성을 배척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언급했다.
이러한 점을 토대로 재판부는 노상원 수첩 기재 내용을 토대로 최소 2023년 10월부터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과,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과 비상계엄을 모의했다는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배척했다.
그 연장선에서 노상원 수첩 내용 등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 또는 김 전 장관이 2023년 12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대통령 관저나 삼청동 안가, 경호처장 공관 등으로 주요 군사령관들을 여러 차례 불러들여 계엄을 모의했다는 공소사실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결국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장기독재를 하려는 목적을 갖고 최소 1년 이상 치밀하게 계엄을 준비했다는 공소사실의 대전제를 수용하지 않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대국민담화 및 포고령 내용, 김용현,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 등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야당(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국회가 무리한 탄핵소추 시도, 일방적인 예산안 삭감 시도 등 대통령과 정부의 활동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는 생각에 점차 지나치게 집착해 적어도 2024년 12월 1일 무렵에는 '더는 참을 수 없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이 사건 실체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검사는 윤석열이 2024년 12월이 아니라 약 1년 전부터 국회를 제압해 장기독재를 하려는 의도를 갖고 내외적 여건을 조성하다가 여의치 않자 이 사건 비상계엄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그러한 경위 및 과정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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