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인이 된 김진오 전 OC한인회장은 생전에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건립’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고인은 한국전에서 전사한 미군들의 이름이라도 동상에 새겨서 길이 보존하는 것이 미주 지역에 있는 한인들이 이들에게 보은하는 ‘작은 성의’라고 생각했다. 시작할 당시 오렌지카운티 한인들의 숙원 사업인 한인종합회관도 짓지 못하는 처지인데 참전비 건립은 왜 하느냐는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뜻을 굽이지 않고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건립위원회’라는 비영리 기관을 만들어서 5년 동안 매달렸다. 기념비를 세울 부지 물색을 위해 풀러튼, 어바인, 부에나팍, 스탠튼 시 관계자들과도 여러 차례 접촉했다. 예산을 마련하고자 기금모금 디너파티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펀드레이징도 구상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나 기관으로부터 기금을 지원받기 위해 한해 2-3번꼴로 한국을 방문해 정치인들을 만나는 등 동분서주했다. 한국 국회 VIP룸에서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유명 한국 정치가들을 초청해 기념비 설립 포럼을 갖기도 했다. 이 와중에 건립위원회와 경남대가 MOU를 맺는 실질적인 성과도 올렸다.
그러나 그는 이 사실을 오렌지카운티 한인들에게 직접 알리지도 못하고 MOU를 체결한지 1주일만인 작년 5월26일 별세했다. 그는 경남대에서 제작한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를 풀러튼 힐크레스트 공원에 세울 계획이었다. 이 기념비에 한국전에 참전해 전사한 미군 약 3만7,500명의 이름을 새기려고 했다.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이 기념비 설립 프로젝트는 답보상태에 들어갔다. 건립위는 몇 차례 비공개 대책 회의를 가졌고 고인의 뜻에 따라서 이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진행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까지 진척된 상황은 없다. 단지 일부 건립위원들은 참전비에 드는 총예산 200여만달러를 한국정부나 인사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성사가 될 수 없다는 입장만 내비치고 있다. 더욱이 현재 한국은 ‘최순실 정국’으로 인해서 혼란한 만큼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들은 건립위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물었을 때 나온 답변일 뿐 지난 8개월 동안 건립위 차원에서 공식적인 발표는 한 번도 없었다. 건립위는 그냥 관망 차원에서 손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설령 한국 정국이 안정되어도 기부를 약속한 관계 당국이나 인사들이 김진오 씨가 별세한 현재 상황에서 이행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더욱이 이들의 대부분은 고인의 인맥으로 엮어져 있어서 더욱더 그렇다.
이 상태로 가면 건립위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시간만 허비할 공산이 크다. 고 김진오 씨가 활동할 당시 모금해 놓은 약 27만9,000달러 이외에 그동안 단돈 1달러도 모금되지 않았다. 모금을 위한 노력마저도 완전히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이 기념비 건립은 건립위원회의 추진 프로젝트이기도 하지만 오렌지카운티 한인 커뮤니티 전체의 일이다. 그동안 기금 모금도 한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진행해 왔고 한국 정부기관들에도 도움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향후 건립위원회는 진척 사항과 입장을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처럼 비공개적으로 미팅을 가지고 위원들끼리만 의견을 교환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앞으로 건립위원회는 모금이 힘들어서 프로젝트를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할 상황에 처하더라도 이 사실을 커뮤니티에 알려야 한다. 이 문제를 건립위원회 혼자만이 짊어지고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건립위가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진척 상황을 알리지 않으면 여러 가지 불필요한 의구심을 낳을 수 있다. 이제 건립위는 수면위로 나와서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
문태기 부국장·OC 취재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