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핫도그를 즐겨 먹는 편이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여러 장소에서 핫도그를 먹어봤는데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핫도그는 이름이 꽤 알려진 핫도그 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판매하는 핫도그가 아니다. 내가 맛본 핫도그 중 입에 ‘딱’ 맞는 핫도그는 다름 아닌 길거리 노점상이 판매하는 핫도그이다.
특히 매년 가을 LA 한인타운에서 열리는 한인축제 기간 중 행사장 근처에서 노점상들이 즉석에서 구워주는 2달러짜리 핫도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 정도로 맛이 좋다.
소비자 가치 측면에서 노점상은 즐거운 곳이다. 접근성이 용이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현재 LA 시내에서 영업하는 음식 노점상은 1만명 수준이라고 한다. 일반 노점상을 합치면 그 숫자는 4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리서치 그룹인 ‘이코노믹 라운드테이블’에 따르면 LA시내 노점상들의 연간 매출은 총 1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식품 관련이 전체의 43%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과 비즈니스 업주들은 노점상들을 곱지 않은 눈초리로 바라본다. 이유는 노점상들에게 ‘불법’ 딱지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쟤들은 세금도 안내. 거저먹는 사람들이지”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LA 시의회가 이런 노점상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어 말들이 많다. 물론 노점상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 허가증을 취득하게 하고, 영업시간과 장소에 제한을 두는 등 이들을 엄격히 규제하면서 장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비즈니스 업주들은 “가뜩이나 불경기 때문에 장사도 안 되는데 노점상들을 양성화하면 우린 어쩌란 말이냐”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행정적으로 LA시의 일부인 스튜디오시티 같은 동네는 노점상 합법화가 이뤄지더라도 자신의 구역 안에서 노점상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LA 시의회가 노점상 합법화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밀어붙일 게 확실한 불법이민자 추방 정책에 시의회가 ‘반기’를 든 모양새다. 그렇지 않아도 불법이민자를 단속하지 않는 ‘생츄어리 시티’(sanctuary city)를 천명한 마당에 불법이민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노점상들을 내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노점 판매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시 당국이 노점상들의 ‘생계형 밥벌이’를 단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고, 도덕적으로도 어긋난다고 합법화 찬성론자들은 말한다.
아이스크림 행상을 하는 한 40대 히스패닉 남성은 “노점상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만 방값과 각종 청구서, 식료품을 사려면 어쩔 수 없이 이 짓을 해야 한다”면서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노점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노점상을 합법화한다면 건물에서 임대료와 각종 세금을 내며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비즈니스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노점상들을 단속을 통해 없애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
쌀쌀해진 연말을 맞아 이민 1세라면 과거 한국의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파는 뜨끈한 어묵이 생각날 것이다. 포장마차에는 마차와 어묵만 있는 게 아니다. 거기에는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어묵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노점도 사람이 사는 방식 중 하나다.
노점상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시의회는 쫓기듯 서둘러 합법화를 추진하지 말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묘수를 찾아야 한다. 주민들과 스몰 비즈니스, 노점상들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노점상 딜레마 해결을 위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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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훈 경제부·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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