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은행·부자, 정치·경제 장악
▶ 최상위 1%가 총소득 20% 차지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로버트 라이시 지음, 김영사 펴냄위기에
칼 마르크스는 이윤획득을 목적으로 상품생산이 이뤄지고, 노동력이 상품화되고, 생산이 무계획적으로 이뤄지는 점 등을 자본주의의 특징으로 꼽았다.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를 ‘직업으로서 합법적 이윤을 조직적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정신적 태도’라고 정의했다. 정의 내리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쉽게 요약하면 자본주의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경제체제라고 할 수 있다.
비교우위 이론을 앞세워 자유무역주의를 설파한 영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말이 맞는지 틀린지를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고립된 국가는 경제적 측면에서 불리한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자본주의 국가들은 자유무역주의를 한 때 신봉했었다. 이윤 자체를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국가 정책 중 하나인 자유무역주의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영국은 EU를 탈퇴했고, 다른 유럽 국가들 역시 국제 무역과 이민 정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미국인 대다수는 국제 무역을 더 이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일까.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는 세계적인 경제사상가인 저자가 이른바 ‘경제 내셔널리즘’이 발생하는 근본원인을 살피고,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가 나가아야 할 길을 제시한 일종의 처방전이다. 저자는 ‘경제 내셔널리즘’이 발생하는 근본원인은 불평등이 확대되는 동시에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줄어들기 때문이고, 그 중심에는 경제와 정부를 장악하는 비중을 점점 더 확대하고 있는 대기업, 거대 은행, 부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의 경우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30년 동안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산층이 대거 생겨났다. 경제 규모가 두 배로 커지면서 일반 근로자의 소득도 두 배로 늘어났다. 지난 30여 년간 미국 경제는 또다시 두 배가량 성장했지만, 당시와 대조적으로 일반 근로자의 수입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성장을 했다는 것은 이윤을 창출했다는 얘기다. 이윤 극대화가 자본주의의 정수인 점을 생각하면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문제는 이윤이 누구에게 어떻게 돌아갔느냐다. 저자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미국이 성장 가도를 달릴 당시 대기업 CEO가 받는 급여는 평균적으로 일반 근로자의 20배 정도였지만, 지금은 200배를 훌쩍 넘는다. 전체 인구의 1%에 해당하는 최상위 부유층이 차지한 소득 역시 9~10%에서 20% 이상으로 증가했다.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존재는 더이상 공산주의도 파시즘도 아니고 바로 현대 사회가 성장과 안정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신뢰의 지속적인 쇠퇴”라는 저자의 일갈은 뜨끔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기업, 거대 은행, 부자들에 맞설 대항적인 힘을 갖추어야 부의 불평등과 기회 축소를 향해 기우는 사회를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하며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할 방법을 제시한다.
책 내용이 다소 미국의 현실에 치우진 면이 있지만, 불평등이 심해지는 국내 현실을 감안한다면 우리도 저자의 말에 귀 기울여볼 가치가 있다.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저자는 “한국은 미국과 달리 소수가 독점하는 자본주의까지 진행되진 않았지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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