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례적 직접 기자회견…“조선반도 정세 주목위해 라오스에”
▶ ‘中과 밀착’ 기세등등…핵실험시 ‘잘못된 신호’ 中 책임론
주목됐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국제사회 '데뷔전'은 역시나 북핵 문제의 책임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돌리고 사실상 핵보유국 주장을 되풀이하는 '마이웨이'로 끝났다.
리 외무상은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뒤 사흘간의 침묵을 깨고 이례적으로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다.
검정 정장과 하늘색 넥타이 차림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리 외무상은 이날 오후 7시5분(현지시간)께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 1층 로비에서 10여 분간 기자들과 만났다.
리 외무상의 회견 내용은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그는 "지금 정세를 악화시키는 요인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라며 "조선반도 비핵화 자체가 미국에 의해 이젠 그저 하늘로 날아간 거나 같게 됐다"고 주장했다. 책임 있는 핵보유국 주장도 했다.
또 "추가 핵실험을 하는가 마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면서 5차 핵실험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많이 기다리게 해서 안 됐다"며 회견을 시작한 리 외무상은 시종일관 침착하고 차분한 어조로 북한의 입장을 차근차근 설명한 뒤 한일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여유롭게 답했다.
"핵보유국으로부터 침략위협을 당하지 않는 한 함부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발언에 한 기자가 '외무상이 말하는 위협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되묻자 "허허…"하고 웃기도 했다.
리 외무상이 이날 비핵화에 대한 실낱같은 단서를 남기기보다 사실상 핵보유국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은 물론, 5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시사해 '강 대 강' 한반도 긴장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연초 4차 핵실험 이후 역대 가장 강력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측이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계속해온 가운데 리 외무상은 오히려 자신들은 지난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개발 5개년 전략과 남북관계 개선을 2가지 과업으로 삼았는데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으로 정세가 악화되고 있다는 적반하장격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리 외무상은 오히려 자신이 라오스에 온 목적이 "조선반도 정세에 국제사회가 주목을 좀 돌리도록 하는 데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사드로 한중은 물론 한미와 중러간 틈이 벌어지는 상황을 북한이 마음껏 활용하는 모습이다.
이번 ARF 무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 대해서는 냉랭한 모습을 보이고, 리 외무상에 대해서는 친근감을 과시하고 등 북한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이면서 북한은 기세등등한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북핵불용과 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북한이 5차 핵실험 등 추가도발에 나설 경우 중국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는 측면에서 '중국 책임론'이 거세게 제기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 이날 북측 관계자들은 ARF 회의가 시작된 후 1시간가량 지났을 즈음 회견을 예고하며 NCC 1층 로비에 회견 장소를 잡았다.
로비에 진을 친 한중일 취재진 수십 명이 2시간 반을 기다리도록 회견이 시작하지 않았으나, 오후 7시께 북한 대표단 대변인으로 자처하는 인물이 "회의가 끝나면 외무상 동지가 여기서 잠깐 말을 할 수 있다"면서 "질서를 지켜 달라"고 리용호의 등장 가능성을 예고했다.
실제 리 외무상이 포토라인 뒤로 등장하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놀랍다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북측이 리 외무상의 ARF 발언을 현장에서 서면으로 뿌리자 이를 가져가려는 기자들이 몰려 아수라장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 후에도 국립컨벤션센터에서 한동안 머물던 리 외무상은 내일 누구를 만나는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내일은 전승절입니다"라고 언급하며 떠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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