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마을 덮친 산불 못 피해 함께 사망
▶ 81세 남편 90세 아내 보호 안간힘 흔적

은퇴한 목사 바이런 맥케이그와 아내 글래디스의 평화롭던 보금자리는 지난주 산불에 잿더미로 변했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한 노부부는 남편이 아내를 필사적으로 보호하는 모습으로 함께 숨진 채 발견되었다.
빌 존슨은 외출했다 돌아올 때 멀리에서 레익 이사벨라 건너편 빨간 농가 스타일의 지붕이 보이면 아, 집에 다 왔구나, 라고 생각했다. 은퇴한 목사인 바이런 맥케이그(81)와 아낸 글래디스(90)의 이층집이었다. 지난 금요일 산불이 컨카운티 내 레익 이사벨라 지역을 휩쓸고 지나간 후 존슨은 이웃집 마당을 살피러 갔다. 완전히 잿더미가 되어버린 집터 옆에 맥케이그 부부의 차 두 대가 시커멓게 탄 채로 서 있었다.
지난주 컨카운티 레익 이사벨라 산불
평화롭던 마을이 잿더미와 슬픔 속에

맥케이그 부부의 시신을 발견한 이웃 주민 빌 존슨. “그렇게 가셔야할 분들이 아니었다”고 그는 말했다.
“못 나오셨나…”라고 생각하며 살피던 존슨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울타리 옆에 쓰러져 있는 맥케이그 부부의 시신이었다. 남편이 필사적으로 아내를 보호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바이런이 글래디스의 위에 엎어져 있었어요. 그들은 함께였지요. 마치 그녀를 불길로부터 막아 안고 있는 듯 했어요”라고 존슨은 말했다.
옷은 타지 않았다. 그들은 산불이 덮쳤을 때 살아 있었고 맹렬히 다가오는 화마를 피해 달려 나오다 갇혀버린 버린 것이라고 존슨은 설명했다. “너무 끔찍합니다. 그렇게 가셔야 할 분들이 아닙니다”2명의 희생자를 낸 컨 카운티 산불로 4만6,000에이커가 불에 탔으며 200여 채 이상의 건물이 파괴되었다.
이번 산불은 특히 사우스 레익 지역의 커뮤니티를 폐허로 만들었다. 주민의 대다수가 고정 수입으로 생활하는 은퇴한 노인들이었다. 혼자 사는 노인들도 상당수였다.
관계자들은 전부터 이 지역 주민들이 맹렬한 속도로 퍼지는 산불 화재에 취약하다고 지적해 왔다. 지난 9월에는 레익 카운티 산불로 4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3명이 빠져나오지 못한 노인들이었다. 빠져나온 생존자들도 휠체어와 산소탱크에 의존해 쉘터에 도착한 노인들이었다.
이번 화마가 휩쓸고 간 레익 이사벨라 주민 상당수는 목숨은 건졌지만 가진 것을 다 잃은 상태에서 자신들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루이스 레이어스(59)는 95세 노모를 돌보기 위해 사우스 레익 지역으로 이사 왔다. 그에게 사우스 레익은 언제나 ‘은퇴 마을’ 같았다.
화재가 발생한 직후 레이어스 형제는 차가 없는 노인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일에 앞장섰다. 연기에 숨을 못 쉴 정도가 될 때까지 고트랜치 로드를 몇 번이나 차로 오르내렸는지 모른다. 그러는 사이 자신의 집은 잿더미가 되었다.
“난 이 땅을 사서 다시 지을 겁니다. 포치와 넓은 뒷마당이 있는 아름다운 모빌홈이었어요. 꼭 다시 지을 거예요. 우린 다른 데로 안 갑니다”라고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지난 28일 맥케이그 부부가 살던 스윗홈의 잿더미 주위엔 매캐한 탄 냄새가 떠돌았다. 책상과 냉동고, 세탁기 등이 불에 타 망가지고 뒤틀린 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잔해가 되어 뒹굴고 있었다. 그러나 고인들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아름답게 이웃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었다.
존슨은 붉은 머리를 본넷으로 감싼 글래디스가 낡은 픽업을 타고 마을을 오가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존 덴버의 ‘날 고향으로 데려가 다오, 시골길이여(Take Me Home, country Roads)’ 를 멋지게 부르던 바이런을 기억하며 존슨은 “바이런의 딸이 집을 다시 지을지 그저 빈터로 남겨둘지는 아직 모르지요. 그러나 그들의 빨간 지붕처럼 언제나 눈에 뜨이던 그들은 이제 사라졌고 우리 마을엔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겁니다” 라고 슬퍼했다.
UCLA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바이런은 다시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성직자가 되었다. 결혼해 딸 셋을 두었으나 후에 이혼한 그는 1980년대 초 노부모와 함께 살기위해 이곳으로 왔다. 동네 교회에서 목회를 하던 그가 남편과 사별한 교회 반주자 글래디스와 결혼 한 것은 1984년이었다.
6피트4인치의 거구로 “친절하고 상냥하며 사랑에 넘치는 목회자”로 온 주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던 바이런과 글래디스의 금슬은 정말 한 치의 틈도 없이 좋았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언제 어디를 가나 두 사람은 늘 함께였다”가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그들에 대한 기억이다.
“두 분이 서로의 반쪽이셨지요. 서로를 정말 사랑하셨던 두 분이 마지막 길을 함께 가셨다는 것에서 우리 가족은 위안을 찾으려고 합니다”라고 바이런의 딸 수전 맥케이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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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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