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부터 솔리스트 활동…“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

이은원 <국립발레단 제공>
“보다 넓은 세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보고 싶어요. 줄리 켄트가 나를 불러줘서 간다는 점에서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오는 8월부터 미국 워싱턴발레단으로 둥지를 옮기게 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은원(25)은 새로운 도전을 앞둔 기대감으로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은원은 내달 국립발레단을 떠나 워싱턴발레단으로 소속을 옮긴다. 오는 9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16∼2017시즌부터 워싱턴발레단에서 솔리스트와 주역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워싱턴발레단은 올해 창단 40주년으로 길지 않은 역사를 지녔지만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무용수에서 은퇴한 줄리 켄트(47)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하고 '지젤', '호두까기 인형' 등을 준비하는 등 야심 찬 행보에 나섰다.
내달 부임을 앞두고 워싱턴발레단 재정비에 나선 켄트는 클래식 발레 경험이 풍부한 무용수 위주로 새로운 얼굴을 찾다 김혜식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초대원장 등 지인을 통해 이은원을 영입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사무실에서 만난 이은원은 “기회가 온 이상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원학교 졸업 후 바로 한예종에서 공부한 발레 영재 출신으로 졸업과 함께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2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진하는 등 누구보다 빠른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하지만 ‘더 큰 세계’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고 했다.
“제가 아직 외국에 나가서 살아본 적이 없어요. 운 좋게 훌륭한 선생님들께 배우며 기회를 많이 얻었지만 무용수로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넓은 세계에서 다양한 사람과 만나면서 여러 경험을 쌓고 싶었어요. 강수진 감독님과 동료분들이 이해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연습중인 이은원 <국립발레단 제공>
이은원은 ‘내 집’ 같은 존재인 국립발레단을 떠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무용단으로 간다는 사실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성장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크고 이름 있는 외국 무용단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어떤 사람과 일하느냐가 더 중요해요.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고 찾아줄 때, 특히 켄트 같은 예술감독이 불러줘서 간다는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고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워싱턴발레단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은원은 다음 시즌 레퍼토리에 지젤이 포함됐다는 사실에 예감이 좋다고 했다.
“국립발레단에서 맡은 역 가운데 정단원이 되고서 처음 주어진 역할이 지젤이에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데 켄트가 부임 첫 시즌 클래식 발레로 지젤을 한다고 해서 나와 뭔가 특별한 인연이 있나 싶어요.”

‘지젤’ 연기하는 이은원 <국립발레단 제공>
이은원은 7세 때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보고 발레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예쁜 의상과 우아한 몸짓 등 ‘환상’이 한몫을 했지만 발레는 이내 그의 전부가 됐다.
“발레밖에 모르고 살다 한예종 2학년이던 열여덟살 때 왼쪽 무릎뼈 골절로 거의 1년을 쉬었어요. 그림을 배우고 유럽 여행을 하고 커피숍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다른 세계를 찾아봤지만 다양한 역으로 변신하면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발레가 내게 가장 잘 맞는 옷이더라고요.”
오는 23∼26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이은원이 ‘반전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무대다. 지난해 국내 초연 때에 이어 김지영, 신승원과 함께 여주인공 ‘카타리나’를 맡은 그는 25∼26일 무대에 선 뒤 국내 팬들과 작별한다.
그는 “아직 국립발레단 소속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싶다. 카타리나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지난해 찾아봤던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 영화도 어제 다시 봤다”며 “두번째 공연인 만큼 올해는 좀 더 자연스럽게 연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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