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세 앞둔 백정현씨 40일 대장정
▶ 50대중반 산악자전거 타기 매료, 혈혈단신 대륙횡단 “일생의 추억”

69세의 나이에 홀로 미 대륙 자전거 횡단에 도전해 LA-뉴욕을 38일만에 완주한 백정현씨가 지난 12일 뉴욕에 도착해 기뻐하고 있다. <백정현씨 페이스북>
“더 늙기 전에 큰마음 먹고 도전했지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시작한 일은 끝을 맺어야겠다는 집념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렸다. 칠순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나이는 숫자일 뿐, LA에서 뉴욕까지 3,000여마일을 혈혈단신으로 페달을 밟아 40여일을 달린 끝에 마침내 목표를 이루고 말았다.
혼자 자전거를 타고 드넓은 미국 땅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대륙횡단에 도전해 성공한 LA 한인 백정현(69·영어명 피터 백)씨의 대담한 ‘노장 파워’ 이야기다.
백씨는 지난 4월5일 샌타모니카에서 출발해 애리조나, 콜로라도, 뉴멕시코, 텍사스, 오클라호마, 캔사스, 미주리, 인디애나,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뉴저지주를 거쳐 지난 12일 마침내 목적지인 뉴욕에 입성했다.
1975년 도미해 뉴욕에 살다가 1985년 남가주에 정착한 백씨는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나와 KBS 방송국 피디로 일했고 카메라 테크니션으로도 활동했다.
백씨는 젊어서는 평생 자전거를 탈 기회가 없었지만, 55세가 되던 해 심장이 좋지 않던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자전거를 처음 접하게 됐고, 산악자전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됐다고 한다.
서울대 동문 후배들이 만든 ‘철벅지’라는 자전거 클럽에서 산악자전거와 로드자전거를 타는 활동을 해온 백씨는 대륙횡단 전에는 6개월 동안 동네에 있는 윌슨 산에서 매일매일 자전거를 타고 오르내리는 연습을 했다.
백씨는 “지난해 여름에 ‘철벅지’ 회원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 1주일 걸려서 라이딩을 했는데, 그때 문득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대륙횡단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험난한 자전거 대륙횡단을 홀로 감행한 것에 대해 백씨는 “대륙횡단에 같이 도전할 사람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젊은 사람들은 시간이 나질 않고, 나이든 사람들은 시간은 많지만 건강이 뒷받침 해주지 못해서 함께 갈 사람을 찾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그는 “같이 도전하는 동행자가 있었다면 곳곳에 들러 관광도 하고 또 다른 재미가 있었겠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미 대륙횡단을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았다”고 말했다.
백씨는 대륙횡단 중 모래폭풍도 만나고 날씨가 좋지 않아 힘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길이 연결돼 있지 않고 끊겨 있고, 잘못 가면 돌아가기도 하고 언덕을 오르내리고 길을 잃으면 정말 위험해서 아찔했다고 회상했다.
보통 하루에 60~70마일을 이동하는데 하루에 120마일을 이동했을 때에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마실 물 양 계산 실수로 탈수증이 와서 정말 고통스러웠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가족을 생각하고 후배들의 성원에 힘입어 우여곡절 끝에 뉴욕에 도착했다며 “이 나이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여정을 마무리해서 마음이 홀가분하고 뿌듯하며 훗날 돌이켜 봤을 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또 다시 대륙횡단에 도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백씨는 “정말 위험하고 힘들어서 솔직히 미 대륙횡단을 다시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그런데 딸이 미 대륙횡단을 계획하고 있어서 위험한데 혼자 보낼 수는 없고 조만간 또 가게 될까봐 사실 두렵다”고 웃으며 말했다.
미 대륙횡단을 꿈꾸는 도전자들에게 백씨는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도 도전해서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이루는 것처럼 힘들지만 새로운 경험, 인생경험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꼭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취미로 건강을 위해 자전거 타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른 도전해 보고 싶은 곳이 있느냐는 질문에 백씨는 “미국은 자전거 도로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아 정말 목숨 걸고 도전했다”며 “다음에는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진 유럽에서 아름다운 경치, 새로운 도시들을 구경하며 2인용 자전거를 타고 아내와 꼭 함께 도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
김지윤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