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해튼 트럼프타워 인근 투표소, 한낮에도 유권자 줄이어
▶ 클린전 전 장관 자원봉사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한표 부탁해요”

뉴욕 맨해튼 센트럴 시너고그 투표소 안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유권자들<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선거 뉴욕 주 예비선거가 열린 19일 오후 2시 무렵 미국 맨해튼의 센트럴 시나고그(Central Synagogue).
맨해튼에 사는 유대인들이 토요일마다 안식을 위해 찾는 이 유대교 회당은 여느 때보다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예배당으로서 유대문화체험, 강의, 토론 등이 평소 주일처럼 진행되는 가운데, 예비선거 투표장소이기도 해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사는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을 이었다.
오후 시간이어서 주로 나이가 지긋한 유권자들이 많았지만 젊은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투표를 막 끝낸 백인 남성 리오 토라노는 “나는 공화당원”이라면서도 누구를 찍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등 당원을 불문하고 같은 투표소에서 투표한다. 투표소에 들어서자마자 안내 데스크에서 당적을 밝히고 신분확인을 한 뒤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한다.
민주당원인 중년의 매럴리 그린월은 “힐러리 클린턴만이 유일한 대통령감”이라면서 “경험있고 현명한 힐러리를 찍었다”고 밝혔다.
그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서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라고 단언한 뒤 “그가 대통령되면 캐나다로 이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발의 젊은 백인 여성은 “내가 투표한 것을 알려고 하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라면서 민주당원인지, 공화당원인지도 밝히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어느 후보가 본선에서 맞붙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투표소는 트럼프가 거주하는 트럼프타워와 멀지 않아 트럼프가 한 표를 행사하려면 이 투표소에서 해야 한다.
트럼프의 딸인 이반카와 아들 에릭도 투표권을 행사하려면 이 투표소를 찾아야 하지만 불행히도 이들은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

맨해튼 센트럴 시너고그 투표소에서 기표하는 모습<연합뉴스>
이 투표소로부터 두 블럭 떨어진 트럼프타워 앞은 트럼프가 승리한 뒤 연설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몰려 든 텔레비전 중계 차량과 취재기자들로 붐볐다.
트럼프타워 1층 로비에는 간이 무대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건물 관리 직원은 “트럼프가 승리한 뒤 연설하기 위한 무대”라면서 “오후 9시 직후에 트럼프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뉴욕 예비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의 가장 최근 조사에서 트럼프는 54%의 지지를 받고 있어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25%)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16%)을 합친 것보다도 높다.

트럼프타워 1층 로비에 연설무대를 만드는 모습<연합뉴스>
관심의 초점은 트럼프가 95명의 대의원 중 얼마를 쓸어담느냐는 것.
뉴욕 주에서 공화당은 특이한 방식으로 대의원을 배분한다.
먼저 14명의 대의원은 뉴욕 주 전체 득표율에 따라 배분된다. 다만 50%를 넘는 후보가 있으면 14명을 독차지한다.
나머지 81명은 27개 선거구에 3명씩 배정돼 있다. 각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가 무조건 2명을 차지한다. 이 경우에도 각 선거구 개표 결과 50%를 넘는 후보가 있으면 역시 3명을 싹쓸이한다.
퀸스 플러싱의 ‘주니어하이스쿨189’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만난 한 중년 백인 남성은 “트럼프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대의원을 확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투표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승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이 투표장이 위치한 지역은 민주당 텃밭으로 알려져 있다.
점심시간 무렵 만난 유권자들도 민주당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 곳은 중국계와 한국계가 많이 사는 곳이지만 백인, 히스패닉 등도 아시안에 못지 않게 많다.

퀸스 플러싱의 ‘주니어하이스쿨189’ 투표소 부근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 자원봉사자들<연합뉴스>
히스패닉 중년 남성은 “이민자가 많이 몰려 사는 곳이어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다”면서 자신도 민주당원이라는 느낌을 풍겼지만 끝내 당적을 확인해 주지는 않았다.
이 투표장 주변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의 선거운동원들이 투표장 인근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선거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투표소로부터 100피트 이상 떨어진 지점에 이동식 책상을 놓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한 흑인 여성 자원봉사자는 “나는 브루클린에 산다.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이곳에 와서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주 상원의원을 지내기도 했던 클린턴 전 장관은 뉴욕에서는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을 여유있게 앞서고 있다.
에머슨대학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55% 대 40%로 15%포인트나 차이난다.
그럼에도 투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은 대의원을 한명이라도 더 확보해 샌더스와의 격차를 벌리려는 작전이다.
민주당은 득표율에 따라 대의원을 나누기 때문에 승리에 그치지 않고 압승을 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투표소로 향하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은 한편으로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바짝 추격당하는 데서 나오는 초조함을 대변한다는 느낌도 줬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샌더스 상원의원이 전국 지지율에서 2%포인트 차로 접근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퀸스 플러싱의 ‘주니어하이스쿨189’ 투표소에서 유권자와 인사하는 정승진 민권센터 회장<연합뉴스>
이 투표장에서는 뉴욕주 상원의원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계 정승진 민권센터 회장도 눈에 띄었다.
그는 9월 13일 열리는 뉴욕 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고 지지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그는 “50여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투표시간에 맞춰 홍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침부터 여러 군데 투표소를 돌아봤는데 이전보다 투표가 훨씬 활발한 모습”이라면서 “한국계 유권자들도 지지 후보에 상관없이 많이 투표해야 한국 커뮤니티의 정치적 영향력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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