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박사 총장의 ‘그리스 고전 사랑’…인간애 강조

그리스 고전 수업에 직접 나선 맥스 니키아스 USC 총장.
남가주대(USC) 맥스 니키아스(63) 총장이 인문학 부활을 위해 그리스 고전 강의에 직접 나서 화제다.
19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니키아스 총장은 올해 초부터 대학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그리스 고전 수업을 맡았다.
2010년 총장직에 오른 니키아스 총장의 전공은 정작 인문학이 아닌 전자공학이다. 키프로스 출신인 그는 아테네국립공과대을 졸업하고 버펄로 뉴욕주립대(SUNY 버펄로)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이처럼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그리스 고전 수업에 나선 것은 평소 대학에서 인문학이 점점 설 땅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미국 대학에서 인문학 전공으로 학위를 받은 학부생 수는 17만3천 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그리스ㆍ로마 고전 전공으로 학위를 받은 학부생은 1천278명으로 지난 10년간 최저 수준이다.
니키아스 총장이 이끄는 USC는 그나마 사정이 나아 매년 학부 졸업생의 6% 정도가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그의 ‘그리스 고전 사랑’도 직접 강의에 나서게 한 동력이 됐다.
니키아스 총장의 인문학 사랑은 10살 때부터 싹텄다. 그는 대부(代父)와 함께 키프로스의 한 극장에서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왕’을 본 이후 그리스 고전에 빠져들었다.
니키아스 총장은 “대부가 연극을 보기 전 오이디푸스왕 줄거리를 얘기해줬다”면서 “연극을 보고 그 비극적 내용보다 극적 긴장감과 의미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으며 이후 그리스 고전에 심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작부터 그리스 고전 강의에 나서고 싶었지만, 총장 직무수행으로 바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던 중 올해 초 토마스 하비넥 교수와 공동으로 ‘아테네 민주주의의 문화’라는 과목을 개설했다.
총장이 강의에 나선다는 소문이 돌아서인지 30명 정원이 정원인 이 과목에는 2배를 웃도는 64명이 수강신청을 했다. 니키아스 총장은 충실한 수업을 위해 1∼2학년으로 수강인원을 제한했다.
니키아스 총장은 현재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내가 안티고네를 수업 주제로 삼은 것은 안티고네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 여웅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리스 고전의 핵심은 인간애”라고 했다.
수업 초기에는 학생들이 총장의 강의에 얼어붙은 듯 조용했으나 지금은 토론과 논쟁이 오가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 수업을 듣는 2학년생 조지프 배는 “처음에는 총장님이 직접 수업을 해서 어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질문도 하고 반론도 제기한다”고 말했다.

맥스 니키아스 USC 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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