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SAT, ACT 점수제출을 옵션으로 하고 표준시험을 2번이상 치르는 것을 금지하겠다. AP 과목의 비중을 줄이겠다. 지원자가 타인과 지역사회를 위해 얼마나 의미있는 활동을 했는지 살피겠다.”
지난1월20일, 현행 대학입학사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방향타를 제시하기 위해 하버드교육대학원이 발표한 <조류바꾸기 Turning the Tide> 제안서의 주요 내용이다. 아이비리그대학을 비롯해 80개 주요 대학들이 동의했고, 예일 대학에서는 몇 가지 제안을 내년도 입학사정부터 즉시채택하겠다고 공표했다.
표준 시험점수를 올리려고 5번씩 도전하는학생, 뉴스위크랭킹을 높이려고 미국에 갖온 유학생에게 AP영어를 택하라고 부추키는학교, 그럴 듯한 스펙을 쌓아 보려고 교내외 활동에 영혼없이 참여하는학생, 이 모두가 새로운 입학사정제도에서는 헛물을 켤 것이다.
과열경쟁, 눈치작전, 묻지마 교내외 활동을 거치는 동안 피폐된 심신을 이끌고 대학에 들어온 학생4명 가운데1명이 정신질환을 앓고, SAT 점수가 대학과 사회에서 성공의 척도라고 칼리지보드가 외치는 현실을 바라 볼 때<조류바꾸기> 제안은 가히 지각변동이라 할 수 있다. 인종차별, 승자 독식 다음으로 오늘의 미국을 분열 시키는 원인으로 꼽히는 대학 입학사정을 개혁 할 수 있다면 쓰러져가는 미국에서 살아야하는 차세대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조류바꾸기>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석연치 않는 점이있다. 지원자의 교내외 활동을 평가할 때 양 보다는 질, 스펙 쌓기가 아닌 활동의 진정성과 지속성을 보겠다는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의미있는 활동"을 규정하는데 편파적인 해석을 내렸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조류에서는 지원자가 자신과 다른인종, 다른 경제적배경, 다른문화를 지닌 사람들과 어울려야 의미 있는 것으로 간주 된다. 전형적인 중상류층 백인 남학생을 위주로 고려한 규정이다. 즉, 백인이성애자(heterosexual) 남학생이 흑인 밀집지역에서 방황하는 흑인 여성 동성애자들을 돕는 기관에서 봉사했다면 큰 의미가있는 활동이라고 새로운 조류를 탄 입학사정처는 평가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언어, 같은 문화, 같은 사회적배경을 지닌 한국 같은 나라에서 지원하는 학생이 할 수 있는 "의미있는활동"은 무엇일까.
"의미"라는 단어에는 절대적인 요소가 없다. 이베이에서 물건을 사고 팔때, 파는 이는 자신의 물건이 더 이상 쓸모가 없기에 팔고 사는 이는 그런 물건에 가치 혹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구입한다. 이렇듯,서로가 추구하는 목표의 차이에 따라 의미가 있다, 없다로 규정된다. 대학 입학사정에서도 지원자와 입학사정처가 추구하는 목표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합격을 목표로 하지만 후자는 대학에 이익을 줄 수 있는 지원자를 가려 내는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 입학사정처가 조류가 바뀌었다 한들 목표 방향타를 근본적으로 수정할까. <조류바꾸기>에 동의한 대학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직결된 레거시와 운동선수 우대 전형을 접을 수 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돈벌이 되지 않는 전공을 없애고, 신입생의 표준점수 평균을 조작하며, 캠퍼스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은폐하는데 급급한 대학은 지원자가 지닌 진정성 여부를 가려 낼 수 없다.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며 그것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편법 뿐이다 라고 여기는 지원자, 아무리 노력 해도 소용 없다는 무력감으로 다가서는 지원자, 쓰고 싶은 에세이를 써내는 것이 아니라 써야만 하는 에세이를 쓰려고 머리를 굴리는 지원자. 이런 지원자들을 향해 의미 없다고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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