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백인들의 잔치'로 전락한 미국 최대 영화 축제인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다시 머쓱해졌다.
30일 막을 내린 미국 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여러 흑인 배우가 상을 거머쥔 데 이어 미국 최대 독립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흑인 노예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 주요 상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이드리스 엘바는 영화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데 이어 '루터'로 TV 영화·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으로 2관왕을 달성했다.
흑인 배우들은 TV 영화 미니시리즈 여우주연상(퀸 라티파), TV 드라마 시리즈 여우주연상(비올라 데이비스), TV 코미디 시리즈 여우주연상(우조 아두바)을 휩쓸었다.
영화에서 열연하고도 아카데미상 후보 20명에서 제외된 엘바는 이날 2관왕에 오른 뒤 "인종다양성 TV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밝혀 유색인종을 오스카상 주요 상 후보에서 2년 연속 제외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측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지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인종 다양성이 이날 밤 최고 승자였다. 오스카도 이를 수용하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이 무대 앞뒤에서 인종 포용적인 면을 강하게 보여줬다고 전했다.
백인 여배우인 로라 프리펀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상식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인종, 피부색, 신념, 성 정체성이야말로 우리가 얘기하던 다양성"이라고 평했다.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데이비스는 "상을 받은 사람들은 훌륭한 연기를 펼쳤기에,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이 있기에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면서 "배우이면서 예술가인 우리는 시상식 일부분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오늘 밤 입증됐다"며 흑인을 후보에 제외된 오스카 상의 현실을 꼬집었다.
또 다른 수상자인 아두바는 "동료 배우들이 안겨준 상"이라면서 인종을 가리지 않고 수상자 예우를 해준 연기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조베스 윌리엄스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 조직위원장은 "진정한 세계를 시상식에 반영하고자 온 힘을 기울였다"면서 "다양한 인종이 섞인 후보자와 시상자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퀸 라티파는 "배우조합은 인종 다양성과 함께 모두가 똑같은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라면서 "오늘 결과를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미국 배우조합상은 은막과 TV에서 활동하는 배우 11만6천741명의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투표는 시상식 전날까지 이뤄진다.
아카데미상도 제작자, 배우 등 영화계 종사자 약 6천 명의 투표로 수상자를 확정하나 투표 회원이 고령의 백인 남성에 지나치게 치우친 까닭에 백인 위주의 잔치는 필연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다음달 28일 시상식을 앞두고 투표권을 지닌 아카데미 회원 중 여성과 소수계 비율을 2020년까지 2배 이상 늘리고 회원 투표권도 10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아카데미 개혁안'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한편, 30일 폐막한 신인 감독의 등용문인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흑인 노예의 반란을 다룬 영화 '국가의 탄생'이 극영화 부문 관객상과 심사위원대상을 석권했다. 영화를 만든 감독 겸 배우 네이트 파커 역시 흑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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