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짓말을 시도하는 아이 인지 능력 높을 수 있어
▶ 거짓말 시작한 어린이 토론토 대학 심리학 교수 연구
‘우리 아이가 거짓말을 하기 시작해요’. 천사 같은 어린 자녀의 거짓말을 처음 경험한 부모는 아마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일거다. 어려서 거짓말은 절대 안 된다고 ‘세뇌교육’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녀의 사소한 거짓말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사소한 거짓말 시도가 아이의 정상적인 지적 능력 발달과정을 보여주는 신호로 여겨도 좋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월스트릿 저널에 소개됐다.
강 리 토론토 대학 심리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진실을 숨기는 능력’은 일종의 자녀 성장과 관련된 이정표를 의미한다. 아이가 걷고 말하기 시작하면 신체 발육과 언어 능력이 정상임을 확인할 수 있듯이 거짓말 시도는 인지 능력이 발전하고 있음 보여주는 신호라는 것이다.
조숙한 아이일 수록 거짓말 시도 역시 일찍 나타나는데 말을 시작하는 2세 아동의 약 30%가 부모의 눈을 속이려는 시도를 한다. 연령이 높아질 수록 거짓말 시도 비율도 함께 높아지는데 리 교수는 3세 아동의 절반은 자주 거짓말을 하는 편이고 4세 아동의 약 80%, 5~7세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자녀가 거짓말을 밥먹듯 하지 않는한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거짓말을 시도하는 아이의 인지 능력이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아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 리 박사의 연구 결과다. 리 박사는 거짓말을 하는데도 두 가지 지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째 능력은 이른바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라고 불리는 능력이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거짓말을 가능케 한다. ‘마음 이론’에 뛰어난 아이일 수록 거짓말도 잘 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시도하려는 아이에게는 이른바 ‘실행 능력’(executive function)이 갖춰져야 한다. 집행 기능은 거짓말을 통해 원치 않는 결과를 피하려면 계획 능력과 실행 능력이 필수다. 리 박사에 따르면 거짓말을 시도하는 3세 미만 아동중 약 30%는 비교적 높은 실행 능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실 고백’을 억제하는 대신 거짓말로 바꿔 말하려는 능력이 뛰어나다.
자녀가 거짓말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지만 이런 자녀들이 학교 생활에 뛰어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로 위안을 삼아야 겠다. 리 박사는 “‘조기 거짓말’ 아동의 인지 능력이 비교적 높아 학교 성적도 뛰어나고 다른 아이들을 다루는 능력도 우수한 편”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에 강조했다. 리박사는 또 “자녀의 ‘첫 거짓말’에 너무 실망할 필요가 없다”며 “대신 자녀에게 ‘거짓말’과 ‘진실’의 의미, 상대방에게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 가르칠 좋은 기회로 삼으면 좋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부모들에게 충고 했다.
‘마음 이론’에 대한 훈련법은 최근 행동 장애나 자폐 아동 대상의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애 아동들이 여러 상황을 설정을 통해 상대방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마음 이론 훈련법이다. 리 박사팀은 캐나다, 미국, 중국 연구팀과 함께 실제 아동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거짓말 교육’을 통한 실험을 시도했다. 중국 유치원생 아동 5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을 대상으로는 ‘마음 이론’ 교육을 집중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숫자 교육 등 일반적인 유치원 학습이 진행됐다.
8주에 걸쳐 6단계로 실시된 실험에서 마음 이론 교육을 받은 아동들은 거짓말을 능숙하게 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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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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