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보물 상자를 열었다. 아주 옛날부터 이 동네 각종 단체들 행사 때마다 만든 행사 프로그램 책자들이 들어있는 박스다. 유감스러운건 좀 더 부지런히 이런 것들을 많이 모았다면 하는 아쉬움이다. 그래도 꽤 있다. 분명 누구 덕분이다.
눈을 감고 상자 속 책자 하나를 무작위로 뽑는다. 1983년 7월호다. 발행은 산타클라라 한미 상공회의소, 인쇄는 부림 인쇄소. 총 28페이지다. 1983년!양손 모든 손가락으로 접었다 폈다 계산해보니 32년 전이다. 그때 나이가...?
아찔하다. 그런 때도 있었구나! 그때는 무슨 난리칠 있다고 이리저리 정신없이 뛰고 다닐 때였다. 상공회의소다 한인회다 그리고 한인학교와 봉사회 등등 그야말로 Proactive 이었다. 책자를 훑어보니 한미 상공회의소 연례총회와 1년 결산 보고서가 있다.
분명 어느 호텔에서 만찬과 겸해서 한바탕 놀면서 지난 일 년 결산보고 하고 전임회장 보내면서 신임회장 웰컴하는 그런 거 였을거다. 메모리 레인을 마무리 두들겨도 그날 행사가 치러졌던 호텔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연례행사 중 누가 언제 왜 등등 필요한 모든 요소 중에서 장소만이 빠졌다는 게 좀 그렇다.
납부된 회원 회비가 1년에 3천 760달러나 된다. 와, 그때가 언젠데 회비를 그리도 많이 모을 수가 있었는지 신기하다. 참고삼아 1983년도 산호세 평균 집값을 구선생에게 물어보니 14만 3천불이다.
지금은 얼마? 70만 불? 80만 불?그냥 주먹구구로 5배라 치자. 그렇다면 대략 1만5천불이 지금 돈으로 계산해서 회원들 1년 회비로 거두어졌다는 얘기가 된다. 지금 한인 단체 중 1년에 이만큼 회비를 내는데 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 요즘 값싼 이자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들으면 기절할만한 뉴스는 당시 주택금리가 자그마치 연리 13% 그리고 우대금리는 10.5%. 당시 미대통령은 로날드 레이건. ---책자에 광고가 26개가 실려 있다. 그중 6개 업소/비즈니스가 지금까지 남아있다. 23%가 살아남았다고 할까?대한항공 광고가 보인다. 23%중 하나다. 호놀룰루를 거쳐 김포로 가고 또 앵커리지를 거쳐서 간다고도 광고한다. 그리고 논스톱으로 서울까지 직행한다고도 자랑하고 있다. 모두가 엘에이 출발이다. 그랬다. 그때는 에스에프에 우리 국적 비행기는 셋방살이할 형편도 못될 때였다. 그 당시 대한항공은 서울왕복 비행기 표를 교민행사에 많이 제공했던 걸로 기억된다.
아! 현대도 있다. 그러나 현대 자동차도 아니고 현대 건설도 아닌 현대 MEI 다. 분명 그 현대 로고이고 그 현대 계열사라고 하는데 현대전자였나...? 삼성은 안 보인다. 아마도 64K DRAM 개발 생산 판매에 총력을 기울일 때라 어쩜 교민행사에 협조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금성? 메이비 쎄임 위스 지멘스.
어느새 10월도 다갔다. 조금 있으면 11월, 그리고 다음은 눈 깜빡 하는 사이에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다. 크고 작은 각 교민행사들도 줄줄이 오고갈 거다. 지금 미국 경제는 아주 뜨거운 것 같으면서 또 아주 차갑기 도한 양면 칼날 같다. 영세 소매상들은 비교적 차가운 쪽이고 돈 많은 큰 회사들은 단연 뜨거운 쪽이다. 금년 한인 단체들은 연말연시 행사 모금에 뜨거운 문들을 두들겼으면 한다. 차가운 문간 주인들은 한 달 내내 장사하고 가게 렌트 내기에도 바쁘다는 게 현실이다. 아참, 어느 은행은 금년에 달력께나 만들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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