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새 그리스 국기 휘날려…’그리스인 조르바’ 음악 맞춰 춤추며 자축
신타그마 광장의 시민들(AP)
아테네 중심부 신타그마 광장은 밤새 그리스 국기와 그리스어로 ‘아니오’란 뜻의 ‘오히’(OXI)가 뒤덮었다.
그리스 국민이 채권단의 협상안을 거부한 반대표가 다수라는 최종 여론조사가 나온 5일 오후 7시(현지시간) 광장의 시민은 두 팔을 높이 들고 ‘오히’를 외치며 환호했다.
’OXI’라고 쓰인 스티커를 가슴에 붙인 시민들은 투표를 마치고 하나둘씩 광장으로 모여 들었다.
사전 여론조사 결과가 팽팽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투표 후 광장에 몰려든 시민들은 채권단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그리스 국민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축파티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수만 명이 운집한 광장은 휘파람과 환호소리로 가득 찼고, 초반 개표에서 반대표가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자 일면식도 없던 시민들은 광장 분수대를 돌며 ‘그리스인 조르바’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지긋한 나이의 여성 두 명은 서로 껴안았고 이내 눈물까지 흘렸다.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굳어지자 그리스 국기는 더 힘차게 흔들렸고 둥글게 모여 손을 잡고 전통춤을 추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르마(45)라고 이름을 밝힌 공무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제 우리는 ‘트로이카’ 채권단과 메르켈(독일 총리), 그리고 그들 모두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이것은 올바른 결과이다. 나는 자유를 사랑하며 자유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스 전통 꼬치구이인 수블라키와 옥수수를 굽는 노점상들은 이날도 대목이었다. 지난 금요일에 팔다 남은 호루라기와 그리스 국기를 파는 상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시민은 유로라는 단일 통화 체제로 이득을 본 독일을 비난하는 팻말을 들어 시선을 끌었다. 이 팻말에는 ‘Germany’ 대신 ‘Ger Money Europe? No Thanks!’라고 적혀 있었다.
자정이 넘어서도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갈 줄을 몰랐고, 아테네 시청은 지하철 운행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식당 웨이터로 일하는 이야니스씨는 "유럽의 가치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5년 동안 격은 고통을 더 요구한 것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신타그마 광장은 지난 한 주 내내 구제금융안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시민들이 각자 지지 집회를 벌인 곳이다.
FT에 따르면 일부 시민들은 채권단의 긴축 요구에 맞선 결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불안감을 내비쳤다.
몇 달 전 회계사 일자리를 잃은 마리아(29)는 FT에 "반대표를 던졌고 투표 결과가 만족스럽다. 그러나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FT는 국민투표 결과로 그리스 정치 지도자들의 입지가 탄탄해졌지만, 그리스는 불확실한 미래의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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