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참 알다가도 모를 나라다. 알거 같으면서도 파악하기 어려운 이곳 정서와 문화가 종종 기자를 당혹하게 만든다. 미국 400년사를 찾아 읽고 건국 특집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 나라의 뿌리를 엿보기도 했다. 400년 동안 쌓아온 사회구조와 구성원 간 신뢰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이방인의 미국 생활은 발이 땅에서 한 뼘 정도 붕 떠 있는 느낌일 때가 많다. 한인이란 뿌리를 지니고 왔음에도 낯선 땅에서 자아를 정립하기는 어렵다.
이번 주 LA 한국문화원은 귀한 손님을 맞았다. 전국 정규학교 교사와 교육행정가 60명이 ‘2015 한국 역사·문화 세미나’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학생들에게 한국을 알리자는 취지가 강하다. 또한 한인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교사들이 한인 학생과 학부모 정서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세미나에 참석한 미션비에호 역사교사인 조헤나 마티나는 “한인 학생들은 다른 이민자 자녀보다 정체성이 약하고 모국을 잘 알지 못 하는 것 같다. 그들의 모국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어 세미나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비한인 교사가 던진 말은 우리 모두 곱씹을 만하다. 교사의 눈에 비친 한인 학생들은 자신의 뿌리에 무관심하다. 겉모습은 한인인데 코리아란 개념과 인식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반면 한인 교육자와 부모, 당사자들은 2~3세들이 대학생이 돼서야 뿌리 모름을 탄식하고 후회하기 일쑤라고 입을 모은다. 자아 찾기 과정에서 겪는 뒤늦은 후회지만 매번 반복되는 사례다. 이 정도면 한인사회 전체 지성과 지혜의 문제로 짚어볼 때다. 다들 미국에 정착했지만 2~3세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제시하지 못 할 때가 많다.
비한인과 결혼해 자녀 2명을 키우는 30대 한인 여성은 한국어 교육에 열심이다. 그는 “LA 같은 대도시에서 정체성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이도저도 아닌 코리안이 된다”며 “내 아이가 엄마의 나라를 기억하고 자신의 뿌리에 애착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배우는 자세와 이를 외면하는 방관은 이민자의 나라에서 ‘정착’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수년 전부터 한인 교육자와 부모들이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강조하고 실천하는 모습은 반갑다. “우리 아이들에게 코리안이 무엇인지 기억하게 하자”는 운동이다.
한인 2~3세에게 코리안이란 정체성은 무엇일까. 분명 쉽지 않은 교육이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하면 마냥 어려운 것도 아니다. 26일 USC에서 통일안보 비전대회를 여는 글렌데일 한국학교 김숙영 교장은 “어릴 때부터 코리안이란 사실과 모국을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자”고 강조한다. 교육자들은 아이들의 마음에 코리안이란 씨앗을 심고 가꿔주면 커서 뿌리 깊은 나무가 된다고 조언한다. 결국 실천이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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