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문학 강의가 붐이다. 공자, 장자, 노자 등 ‘고전 읽기’ 강좌가 재조명을 받고 ‘미술, 인문학과 통하다’ ‘공공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등 강연과 탐방이 연계된 프로그램이 부지기수다. 이 시대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인문학적 소양이 떠오르다 보니 너도나도 인문학 강의다.
한인 타운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해부터 ‘낭만의 아크로 인문산책’이 매주 금요일 나란다 강의실에서 열리고 있고 미주불교교육문화원이 이달부터 매주 화요일 ‘논어 특강’을 시작했다. 지난주 인문학 강의 차 LA에 온 성우 배한성씨는 “최근 한국은 CEO과정 수강 열풍 속에 있다. 열공 시대라는 말이 나왔듯 구청마다 경영스쿨이 있고 주부대학에도 ‘CEO의 힘’ 같은 재교육 과정이 필수”라고 했다.
인문학의 힘을 강조한 CEO는 많다.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주가 생전에 ‘논어’를 끼고 살았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인 빌 게이츠 역시 “인문학이 없었다면 나도 없고 컴퓨터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탐구가 목적이다. 철학, 문학, 역사가 대표적인 분야이고 예술과 신학 등이 인문학에 포함된다. 인간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상상력과 창조정신을 열어주는 학문이다. 그러나 상아탑에서 인문학은 여전히 비실용적인 학문이어서 ‘돈 벌기’와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 이는 올해 최고의 졸업식 축사로 화제가 된 할리웃 스타 로버트 드니로가 뉴욕대 티시예술대 학생들에게 한 연설에도 드러난다.
“회계학 전공자의 특기는 합리적 사고와 논리, 상식이다. 하지만 예술 대학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예술에서 발견하고 인식했다면, 회계학 같은 안정된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싸워서 그것을 이뤄나가야 한다. …”
답답한 현실 속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인문학 열풍을 초래한 것은 맞다. 그러나 요즘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의 기폭제는 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한 마디이다. 창의적인 제품을 만든 비결은 우리가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고자 하기 때문이었다는 그 말. 그런데 스티브 잡스가 누구인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연설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를 강조한 고집과 열정의 결정체 아닌가.
인문학 강의가 스타 강사를 배출하는 강연 비즈니스처럼 돈 버는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 인기 강의 탑 10에 들기 위한 인문학 강의가 아니고 사회적 성공을 목표로 하는 인문학 열공이 아니어야 한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고 더 행복해지 위함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임을 되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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