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민 1세대라고 하면 ‘70~80년대 미국 이민 길에 올라 눈물 젖은 빵을 가족과 먹으며 정착에 성공한 중장년층’을 떠올릴 때가 많다. 기자가 한인사회에서 일하며 만난 수많은 취재원 중 상당수가 이들이었다.
아무 기대 없이 만난 이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300달러 현금 들고 미국 맨 땅에 헤딩한 이들의 고생담과 역경극복 성공담에 고개가 숙여질 때도 많다.
중장년층 이민 1세대는 한인사회 주류로 왕성하게 활동한다. 그 한편에는 차세대 이민 1세대인 20~30대 한인 젊은이들도 많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 하는 이들은 “21세기 내가 이 먼 미국 땅에 왜 왔을까”라는 생각을 곱씹으면서도 오늘도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산다.
1년 전 자바시장에 발을 디딘 A양은 꿈 많은 숙녀다. 대학 졸업 직후 호기심과 열정으로 미국으로 날아왔다. 부모님 반대도 많았지만 ‘나의 삶’을 외치며 LA에서 1년을 보냈다.
인턴이라는 신분으로 최저임금을 받았지만 능력도 인정받았다. 3개월 단위로 찾아온다는 향수병에 방 하나세 들어 사는 집에서 눈물도 많이 쏟았다.
유학 후 한인회사에 취직한 30대 B씨의 최대 고민은 먹고사는 일과 연애 문제다. 주류사회에 비해 인색한 회사 급여지만 B씨는 취미생활도 하며 LA 삶을 꾸려가고 있다. B씨는 ‘자신의 행복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미국 정착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주위에서 하나 둘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볼 때면 “반경 1,000마일 안에 내 편 하나 없다”는 사실에 움츠러들 때도 많다.
이제 막 미국 땅에 뿌리내리길 시작한 젊은이들은 이민 선배들이 부럽기도 하다. 선배들보다 많은 정보로 무장했지만 미국 현실이 척박하다는걸 몸소 느낀다.
그럼에도 이들은 개성이 강하고 진취적이다. 정보과학기술 발달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한국 가족, 친구들과 실시간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점도 향수병을 이기는 데 도움을 준다. 이민생활 어려움은 또래들과 공통 관심사를 나누며 해결한다. 젊은 이민 1세대 역시 저마다 미국 정착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편 젊은 이민 1세대 중 ‘한인사회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는 이들은 드물다. 중장년층 이민 1세대와 1.5~2세들이 주축이 된 한인사회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개성을 중시하는 성장기를 보냈다지만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을 때는 누구보다 서러움을 토로한다. 젊은 한인 이민 1세대에게 한인사회는 미국 정착을 위한 시작점이자 끊을 수 없는 발판이다. ‘성공한 아메리칸드림’이라 자부하는 한인사회가 이들을 소홀히 여기지는 않은지 한번쯤 뒤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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