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맛’ 강예원]
배우 강예원(35)이 영화 ‘연애의 맛’(감독 김아론)에서 연기한 ‘길신설’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실은 트라우마를 겪는 인물이다. 항상 바빴기 때문에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아버지의 눈에 띄기 위해 의대에 갔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아버지보다 더 유명한 비뇨기과 의사가 되기 위해 여성 의학도라면 꺼리는 비뇨기과 전문의가 됐다. 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딸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의 트라우마는 전혀 극복되지 않았다.
그런 길신설이 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한 남자의 예상치 못한 말 한마디 덕분이다. 같은 건물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왕성기’(오지호)는 신설에게 “지켜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신설의 마음이 열린다. 왕성기의 말 한마디, 그 한순간이 신설을 다른 사람으로 바꿨다.
‘연애의 맛’이 영화 자체로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나 배우 강예원과 맞닿으면서 흥미로워졌다. 강예원은 최근, 길신설처럼 스스로 씌운 굴레를 단번에 벗어버렸다. 촬영 후 개봉일을 잡지 못해 표류했던 ‘연애의 맛’은 강예원의 ‘바로 그 순간’에 개봉일을 확정하고, 관객을 만난다. 강예원이 길신설을 연기하게 된 것과 이 영화가 이때 개봉하게 된 건 우연이지만, 우연은 때로 의도한 어떤 것보다 흥미롭다.
‘연애의 맛’ 개봉을 앞두고 강예원은 나갈 수 있는 모든 TV 쇼프로그램에 나가 영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고, 성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행자들의 짓궂은 질문이 있을수도 있지만, 그는 그 모든 질문을 받아내며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지금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강예원을 검색하면 그가 예능프로그램에 나가 한 발언이 쏟아진다. 대화 상대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낯가림이 심한 그가 변했다.
“담력이 생겼어요.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담력이요.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담력이 생겼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담력이 생겼어요. 절대 나가지 않으려고 했던 프로그램이 ‘라디오스타’였는데, 거기도 나갔잖아요.”
강예원은 이런 변화가 “‘내게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며 “난 예전보다 더 담대해졌다”고 했다.
“이제 ‘스톱(stop)’은 없어요. 무조건 ‘고(go)’예요. 누가 나를 불러주면 무조건 갈 거예요.”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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