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급한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나 자신 판단의 오류로 인해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었다면 정말 괴롭다. 인간교류는 어떤 점에서든지 대화가 통하고 서로 이해하는 깊이가 있어야 상호관계는 더욱 친밀해지고 오래 지속된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은 항상 흐르는 것이어서 불편함을 주었다던가 받았을 때 그 관계는 어색해 지기 마련이다.
바로 어제가 그런 날. 모든 것이 예정대로 진행되리라 생각하고 건강검진을 위해 예약을 해 둔 시간에 갔다. 진료를 마치고 병원건물 밖으로 기분 좋게 나왔다. 계단에서 집으로 가는 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불안해 하는 남편, 나 역시 얼굴표정이 일그러진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가운데 유난히 키가 크고 코도 높은 정장차림의 신사, 들어갈 때 우리를 보았고 나올 때까지 그대로 찡그리고 서있는 우리를 보고 리무진 영접을 기다리냐고 웃음을 건네고 간다. 그 신사의 순간의 재치가 주름 잡힌 얼굴 표정을 펴게 만들어준다.
그렇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기분전환 시켜 준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참으로 중요하고 필요하다. 인생의 맑은 면만 보고 극히 어려운 순간에 일어나는 찰라를 포착, 행복을 표현해 낸 불란서의 인상파 화가 르느와르(Renoir)처럼. 샤르반테 부인과 아이들의 초상화에는 엄마와 누나 사이에 앉아 누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4~5세 정도의 폴의 표정에 행복이 가득하다. 티 없이 맑고 순수함의 극치를 나타낸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들 역시 행복함을 가득 느끼게 된다.
거의 매일 아침마다 신선한 산소를 들이마시기 위해 포치(pouch)로 나간다. 그런 후 식물의 성장을 살핀다. 영영분과 수분공급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이제는 간이의자에 앉아 감상한다. 화초들이 지나가는 강한 햇볕을 받아 잘 자라서 그늘을 만들어 주니 그 밑에서 책 읽는 재미도 있다. 나무도 아닌 풀처럼 생긴 묵죽(墨竹)이 높이 올라가 인공바람을 타고 하늘거리며 아침노동에서 흘린 땀을 식혀준다.
눈앞으로 직시되는 유카나무, 연륜을 자랑하듯 용트림을 하고 높이 솟아 있다. 가지타고 올라가라고 조롱박 씨를 뿌렸더니 싹이 나오고 떡잎까지 나왔다. 꽃 중 여왕으로 꼽히는 자주 모란 백작약 꽃 주먹보다 크고 화려한 그 자태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포치 안, 둥근 테이블 위 난(蘭)꽃들 신기한 꽃을 오래 보겠다고 안에서 밖으로, 안으로, 이동이 잦다.
여백과 공간의 미(美)를 극히 사랑하던 내가 이렇게 저렇게 갖게 된 30여개의 귀한 식물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각들이 교차되고 있는 두뇌 속을 정리해주고 흡수하여 전환, 환희의 열매까지 맺어주니 식물 한 뿌리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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