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통신 두절…구호인력 없는 탓에 몸소 가족 도우려 귀향전쟁
28일(현지시간) 네팔 북동부 신두팔촉 지역 멜람치 병원에서 한 소녀기 머리에 부상을 당해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
"천 명 정도 죽은 것으로 보고 있어요."
한 경찰관이 피해 실태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네팔 정부가 28일(현지시간) 발표한 네팔 전역의 총 사망자 집계가 4천300여명인데 설마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만 1천명이 죽는 참사가 있었을까.
경찰관이 질문을 오해했거나 과장된 추정치를 내놓았을 것으로 믿는 마음으로 취재를 계속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동쪽으로 65㎞ 떨어진 신두팔촉 지역의 멜람치 마을.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지만 카트만두에서 무려 3시간 30분을 달려 이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진으로 신두팔촉으로 가는 왕복 2차선 도로에는 군데군데 구덩이가 패거나 낙석이 흩어져 있었다.
운전사는 줄곧 진땀을 쏟으며 줄타기하듯 조심조심 운전대를 돌렸다.
멜람치 마을은 지난 25일 규모 7.8 강진이 발생한 진앙으로부터 100㎞ 정도 떨어져 있지만 26일 2차로 강타한 규모 6.7 여진의 진앙과는 가까운 곳이다.
경찰관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멜람치 병원을 찾아 들어갔다.
그러나 사망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
"죽은 사람들은 마을에서 장례를 지내기 때문에 병원에 오지 않아요. 다친 사람들만 치료하고 있어요."
지진 때문에 병원이 24시간 완전 가동되는 터라 무척이나 지친 병원 관계자가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병원에는 지진이 발생하고 나서 매일 500여 명씩 환자가 몰려들고 있다.
이날도 환자 10여명과 가족까지 포함한 수십명이 병원에 몰려있었다.
환자들은 병원 건물이나 시설을 아예 이용하지 못한 채 모두 마당에 매트를 깔고 눕거나 앉아있었다.
여진 때문에 건물이 무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마당에는 환자뿐만 아니라 닭, 참새 같은 조류가 뒤섞여 언뜻 볼 때도 위생이 양호하지 않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 전염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어렵게 병원에 오지만 치료는 간단했다.
내상을 진단할 기기는 보이지 않았다. 외상을 입은 환자에게 항생제를 주사하거나 다친 부위를 붕대로 감는 게 전부였다.
환자들은 오토바이나 트럭 뒤에 실려 병원으로 도착했다.
팔을 심하게 다친 한 60대 할머니는 새벽 4시에 근처 마을에 있는 집을 나서 오후 1시까지 걸어서 병원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중상자를 병원으로 실어 보내고 사망자를 수습하는 데 마을 사람들이 전력을 다하고 있어 자신은 환자도 아닌 셈이라고 설명했다.
멜람치 병원에서 도저히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진 환자는 카트만두로 이송되고 있었다.
구급차가 따로 있지 않고 운용할 이송수단이 생기는 대로 실어 보내는 게 최선이라고 병원 관계자가 설명했다.
멜람치에서 10㎞ 정도 떨어진 카브레 지역에서도 심각한 피해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마을 중심부에서 도로를 따라 늘어선 상가 건물 50여 채가 지진과 함께 한꺼번에 바닥으로 폭삭 주저앉았다는 것이다.
철골과 콘크리트로 세운 현대식 건물이 아니라 돌을 쌓고 흙을 바른 구식 건물들이라서 지진과 함께 돌무덤으로 돌변했다.
이 지역에 구호 자원봉사를 다녀왔다는 기네시 카르키(45·남) 씨는 "사람들이 손으로 돌을 들어내 사망자들을 건져내고 있다"고 참상을 전했다.
그는 "아직도 많은 시신이 돌무더기 속에 묻혀 있다"며 "조금 전에도 한 건물에서 시신 셋이 나오는 끔찍한 모습을 봤다"고 덧붙였다.
네팔 정부는 전 국민이 구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전날부터 닷새 동안 공휴일을 선포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