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차 방화·경찰 7명 부상·약탈…’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 메릴랜드 주 비상사태·주 방위군 투입, 오바마 대통령 지원 약속
구금 중 사망한 흑인 용의자 프레디 그레이(25)의 장례식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렌드주 볼티모어에서 열린 가운데 장례식장 밖과 거리에서는 경찰의 가혹행위를 규탄하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이어졌다.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구금 중 사망한 흑인 프레디 그레이(25)의 장례식이 열린 27일 항의시위 참가자들이 경찰과 충돌해 방화와 약탈 등 폭력 사태로 번졌다.
메릴랜드 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흑인에 대한 경찰 폭력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이날 폭력 사태는 볼티모어의 뉴 실로 침례교회에서 열린 그레이의 장례식이 끝난 지 몇 시간 뒤 시작됐다.
경찰 폭력에 항의하면서 사법정의를 외치던 시위대는 곤봉과 헬멧, 방패 등으로 무장하고 진압에 나선 경찰과 충돌을 빚자 돌멩이와 벽돌 등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10여명의 경찰관이 다쳤다. 일부는 뼈가 부러지고 한 명은 혼수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시위대 부상자에 관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시위대는 상점을 약탈하고 경찰차를 부쉈으며, 순찰차가 화염에 휩싸이는 모습이 방송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헬리콥터가 시위대가 있는 상공을 배회하면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흑인 젊은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배낭식 가방을 메고 카키색 바지 차림으로 시위대열에 합류했다.
폭력 사태는 고등학교 수업이 끝나는 시점에 통학생들을 위한 버스 정류장에서 주로 일어났다.
경찰은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이 집에 머물도록 해줄 것을 당부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메릴랜드 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폭동 진압에 투입키로 했다.
이날 임명장을 받은 미국의 첫 흑인여성 법무장관 로레타 린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볼티모어 사태를 즉각 보고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스테파니 롤링스-블레이크 볼티모어 시장과의 통화에서 연방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대책을 논의했다.
볼티모어 시가 28일부터 일주일 동안 밤 10시에서 새벽 5시 사이 통행금지를 실시하기로 한 가운데 이날 저녁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경기도 안전을 우려해 전격 취소됐다.
그레이의 가족 변호사 빌리 머피는 "가족들이 폭력사태에 충격을 받았다.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운동이 폭력으로 얼룩지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장례식에는 그레이의 가족과 지역 주민 등 수천 명이 참석했다.
2천500명을 수용하는 교회가 자리가 크게 부족할 정도로 인파가 넘쳐났다. 지난해 뉴욕에서 백인경관의 ‘목조르기’로 숨진 에릭 가너의 딸 에리카 가너(24)도 참석해 그레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오바마 대통령도 브로데릭 존슨 비서관 등 백악관 직원 3명을 보내 애도를 표시했다.
가너는 그레이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책임감도, 정의도 없는 것 같다"면서 "마치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활동하던 1950년대로 다시 돌아간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출신인 일라이자 커밍스(민주) 하원의원은 추모사에서 "비록 내가 황혼에 접어들었지만, 이 부당한 문제를 고치고 또 정의가 바로 설 때까지 나는, 그리고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례식은 두 시간가량 진행됐다. 관속에 누은 그레이의 시신 위에는 흰 베개가 올려져있었으며 스크린에는 그의 사진과 함께 "흑인들의 목숨도 소중하다. 모든 생명은 중요하다"는 글귀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참가자들은 장례식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모여들었고 두 시간 전에는 길게 줄을 선 모습도 보였다.
볼티모어 시내에서 경찰에게 붙잡힌 그레이는 체포 과정에서 심하게 다쳤으며 체포 1주일 만인 지난 19일 병원에서 숨지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그레이는 체포 당시 여러 차례 응급조치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차로 30분 동안 그를 이송한 뒤에야 응급구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이송 과정에서 3번 정차하기도 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그레이 가족 변호사는 그레이가 목 부위 척추에 심한 손상을 입고 큰 수술을 받은 뒤 1주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숨졌다고 밝혔다.
장례식 전날에도 2천여 명의 시위대가 볼티모어 시청 앞에서 집회를 한 뒤 시내를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으며, 폭력사태가 발생해 34명이 체포됐다.
한편, 그레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 6명이 정직 처분됐다고 머피 변호사는 전했다.
볼티모어 경찰은 이번 사건에 불만을 품은 폭력집단이 경찰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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