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성완종 전 경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준호 전 상무가 21일 오후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초동 고등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하루 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이 의문을 규명하는데 진력하고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와 수행비서 이용기(43)씨를 21일, 22일 잇따라 소환했다. 이들이 진실의 문을 여는 키맨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성 전 회장의 생전 행적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난마처럼 얽힌 금품수수 리스트의 의혹을 밝히는데 핵심 조력자가 될 것으로 수사팀이 기대한다.

이 때문에 검찰은 두 사람을 차례로 부르되 정밀 조사를 위해 어느 정도 시차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한 사람한테서 충분한 진술을 확보한 다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 증거나 물증을 찾고서 다른 참고인을 소환한다는 것이다. 다소 긴 호흡이 필요한 ‘그림 맞추기’인 셈이다.

그러나 검찰의 실제 행보는 이런 예상과 달랐다. 두 사람이 하루 간격으로 잇달아 검찰청사에 나타난 것이다. 수사팀이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긴히 확인해야 할 사안이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박 전 상무가 증거인멸 혐의로 이날 새벽 긴급체포되고 나서 이씨가 소환된 점으로 미뤄 증거인멸과 관련한 사안에 검찰이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숨지기 하루 전인 8일 밤 대책회의에도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주재로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는 당시 대책회의에 박 전 상무와 이씨도 참석했다는 소문이 있다.

박 전 상무는 이 회의의 성격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했다. 이달 9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하기 위한 모임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 성 전 회장이 당일 오후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담당 변호인과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변론 준비를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 전 회장의 한 변호인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어떤 전략으로 임할지 충분히 논의했다"고 전했다. 대책회의가 박 전 상무의 설명대로 영장실질심사를 준비하는 의례적인 모임이 아니었을 수도 있음을 의심케 하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성 전 회장이 가장 아끼는 측근 두 명을 불러모아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과 관련해 밀담을 나눴거나 과거 기억을 더듬어 ‘비밀장부’를 작성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수사팀도 21일 소환한 박 전 상무를 상대로 대책회의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집중하여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책회의가 진실 규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사팀은 대책회의의 논의 내용을 파악하다 보면 성 전 회장의 자살을 둘러싼 미스터리도 풀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한다.

검찰은 그날 오후까지만 해도 변호인과 영장실질심사 변론 준비를 하며 범죄 혐의의 소명 의지를 다졌던 사람이 아무런 신호도 없이 다음 날 아침에 갑자기 자살했다는 추론을 의심한다. 성 전 회장이 이미 자살을 결심한 상태였다면 대책회의에서 암시할 만한 어떤 말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이 대책회의를 마치고 찾은 것으로 알려진 강남 리베라 호텔도 수사팀이 주목하는 곳이다. 성 전 회장이 생전 청담동 자택에서 가까운 이 호텔 사우나를 자주 이용했다. 대책회의를 마친 뒤 늦은 밤에 이곳을 찾아 누군가를 만났다는 목격담도 있다. 리베라 호텔은 성 전 회장이 사망하기 전 들른 마지막 공개 장소이기도 하다.

수사팀은 21일 경남기업 본사와 유족 자택 등 13곳을 압수수색하면서 리베라 호텔의 CCTV를 확보, 성 전 회장이 당시 이곳에서 누구와 접촉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리스트의 진실 찾기’ 작업이 서서히 본궤도에 진입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