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년전 남편 클린턴 대선 슬로건과 동일
▶ 중산층 역점 차별화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대선 당시 벽촌 아칸소의 주지사였던 빌 클린턴은 이 슬로건을 앞세워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조지 허버트 부시를 누르고 백악관을 접수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부부 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 클린턴(68)이 12일 출사표를 던지며 내건 공약도 남편의 구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같은 경제 공약이라도 지향점은 사뭇 다르다.
힐러리는 출마선언 영상에서 ‘중산층 경제’에 큼직한 방점을 찍었다.
여기에 덧붙여 “미국인들이 그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지만, 아직도 상황은 녹록치 않고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하다”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경제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부창부수’인 듯 싶지만 1992년 클린턴이 극심한 침체에 빠진 ‘경제 살리기’을 강조한 것과 달리 힐러리는 급격히 심화된 소득계층 간 불평등 해소에 눈길을 꽂는 ‘경제개혁’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지난 2008년 대선 민주당 예비경선 과정에서도 힐러리는 상승하는 실업률과 함께 경제적 불평등을 미국 경제의 당면과제로 꼽으며 방향성을 상실한 조지 W. 대통령의 무책임한 경제정책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켰다고 몰아세운 바 있다. 그녀는 또 “부자들이 경제성장의 열매를 독식한다”며 경제적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최저임금법과 건강보험개혁 등을 강력히 지지했다.
전문가들은 힐러리가 차기 대선출마를 공식 발표한 직후 ‘중산층 껴안기’를 대선 카드로 뽑아든데 대해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공약을 표로 연결시키는 데에는 적지 않은 도전이 따른다. 우선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경제개혁의 적임자임을 납득시켜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녀에겐 ‘부유한 귀족’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실제로 힐러리는 불평등의 ‘그라운드 제로’로 꼽히는 월스트릿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스스로 ‘중산층의 대모’를 자처하지만 따지고보면 월가의 비호세력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족하다. 그녀는 2008년 민주당 경건 당시에도 월스트릿을 적극 비호했다.
하지만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들불처럼 번질 정도로 월스트릿에 때한 ‘메인 스트릿’의 반감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젖줄’인 월스트릿의 지지를 잃지 않으면서 서민층 유권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내야 한다.
이같은 고난도의 줄타기는 자칫 소도 잃고 외양간마저 태우는 ‘쪽박의 수’가 될 수 있다.
힐러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경제외적 불안요소도 한 둘이 아니다.
우선 나이와 건강이 이슈가 될 수있다. 올해 68세인 힐러리는 2016년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70세를 맞는 2017년에 취임하게 된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세계질서가 급속히 재편되고, 이슬람권과의 ‘문명충돌’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에 속한 70대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불안스러워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는 언제라도 강점이 약점으로 뒤바뀔수 있는 ‘위태로운 강자’이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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