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과 심각한 인종 차별을 피해 ‘뿌리’인 남부를 떠나 북부로 향한 미국 흑인들이 다시 남부로 돌아오고 있다.
이를 두고 ‘흑인의 대이동’(Great Migration)이 100년 만에 역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남부로 회귀하는 흑인이 늘고 있다며 관련 수치와 그 이유를 2일 자세하게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소속 인구통계학자인 윌리엄 프레이가 최근 펴낸 책 ‘다양성의 폭발 : 새로운 인종 인구통계학이 미국을 어떻게 재구성하는가’라는 책을 보면, 흑인의 남부 탈출(대이동)은 1910년부터 1960년대 말까지 활발하게 이뤄졌으나 1970년대 남부 회귀가 시작된 이래 1990년대 증가 시기를 거쳐 2000년대 북부 탈출 후 남부 정착이라는 180도 달라진 양상으로 진화했다.
대이동 시기 약 600만 명의 흑인이 터전인 남부를 떠나 동북부와 중동부, 서부에 정착했다. 흑인이 많이 살던 지역도 남부 조지아 주, 미시시피 주, 앨라배마 주에서 1970년 무렵에는 뉴욕 주, 일리노이 주, 캘리포니아 주로 바뀌었다.
남북 전쟁에서 패배한 남부 지역의 백인이 여전히 노예제를 시행하고 차별한 탓에 흑인은 고향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
결국, 노예제를 폐지하고 한창 산업화를 추구하던 북부 지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남부의 정치 사회적·경제 상황이 나아지면서 2006∼2010년 사이 미시간 주, 일리노이 주, 뉴욕주, 캘리포니아 주에 살던 흑인이 남부 텍사스 주, 조지아 주, 노스캐롤라이나 주, 버지니아 주 등으로 대거 이주했다.
남부 시골 지역보다 도시 지역에 흑인이 집중돼 이 기간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해마다 평균 5천600명, 텍사스 주 휴스턴에 2천800명, 같은 주 댈러스에 2천500명,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 2천 명이 몰려들었다.
올해 현재 가장 많은 흑인이 사는 지역은 여전히 뉴욕주이나 일리노이 주, 캘리포니아 주는 2,3위 자리를 플로리다 주, 텍사스 주에 내줬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공장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남부 주에 공장을 앞다퉈 공장을 건설하면서 직장이 늘어난 것이 흑인의 남부 회귀를 이끈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프레이는 "남부 지역이 전통과 문화의 근간을 그곳에 둔 흑인의 유입을 끌어당기고 있다"면서 "다만, 대학을 졸업한 흑인들은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친지들이 사는 남부 시골보다 도시를 새 정착지로 삼는 경향이 강하다"고 평했다.
눈에 띄게 자행되던 흑백 분리 정책이 많이 사라진 것도 흑인이 남부로 재이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고향인 남부 테네시 주 녹스빌을 떠나 뉴욕시에서 경찰로 봉직한 제임스 샤프는 은퇴 후 가족을 이끌고 플로리다 주 팜 코스트로 이주했다.
돈만 있으면 좋은 주택을 소유하고 차별 없이 예전과는 전혀 다른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만큼 남부 사회 환경이 변한 덕분이다.
또 다른 전문가인 이사벨 윌커슨은 "지난해 미주리 주 퍼거슨과 뉴욕에서 벌어진 백인 경관의 총격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에서 보듯 이제 북부에서 일어나는 경제적 불평등과 인종 갈등이 흑인을 다시 남부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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