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부 끝낸 ‘차미네이터’ 폭풍 드리블에 찬사 또 찬사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요, 말 그대로 ‘백미’였던 장면이었다. 한국 축구의 비밀병기 ‘차미네이터’가 다시 한 번 초인적인 가공할 위력을 선보였고 숨을 막히게 하던 긴장감은 짜릿한 환호로 돌변했다.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벌어진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전반 한국의 손흥민에 선제골을 내준 우즈베키스탄은 사력을 다해 반격에 나서고 있었고 이미 120분의 격전으로 체력이 바닥 난 한국선수들은 투지와 정신력만으로 간신히 버텨내고 있었다. 연장 후반 14분 또 다른 우즈베키스탄의 크로스가 한국 문전으로 날아왔고 곽태휘가 솟구쳐 오르며 헤딩으로 걷어낸 볼을 잡은 공격수 남태희는 오른쪽의 장현수에게 볼을 내줬다.
이 순간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중이던 차두리가 달리기 시작했다. 장현수가 볼을 잡는 순간 그의 옆으로 뛰쳐나가며 패스를 넘겨받은 차두리는 바로 ‘폭풍질주’에 들어갔다. 우즈베크 수비수 하나가 필사적으로 그를막아보려 했으나‘ 수퍼맨’은 손으로나마 잡으려는 시도를 가볍게 ‘튕겨’내고 폭주했다. 마지막 수비수 비탈리 데니소프가 덤볐으나 차두리는 가볍게 그의 다리사이로 볼을 빼낸 뒤 페널티박스 안까지 치고 들어가 뒤쪽에서 따라오던 손흥민에 완벽한 패스를 내줬다. 차두리의 폭주에 넋이 빠진수비수들은 그를 완전히 놓쳤고 손흥민은 한 호흡을 고르며 볼을 컨트롤한 뒤 골문 정중앙 네트 천정을 찢을듯한 강력한 왼발 미사일슛을 꽂아넣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거의 70~80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폭주한 차두리의 폭풍 드리블은 잠시나마 지켜보는 팬들의 숨을 멎게 할 정도였다. 이 장면을 놓고 경기를 중계한 SBS의 배성재 아나운서가 “아니 저렇게 잘하는 선수가 왜 월드컵에선 해설을 했을까요”라고 말한것은 순식간에 최고의 화제가 됐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당시 홍명보 감독은 차두리를 발탁하지 않았고 그때 차두리는 SBS 중계팀의 객원 해설위원으로 나서야 했던 것을 지적한 것이었다.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압도적인 체격조건과 파워, 스피드를 앞세운 저돌적인 돌파로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차두리가 한국팀의 골을 셋업한 것은 이번 대회에서 벌써 두 번째다.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오버래핑으로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허물고 완벽한 크로스를 올려 남태희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30대 중반의 나이(만34세)로 현역은퇴까지 고려했던 그는 이번 대회를 자신의 대표팀 커리어 고별무대로 삼기로 하고 나섰고 한국 선수로 역대 아시안컵 최고령 출전기록을 계속 경신해 나가고 있다.
차두리는 경기 후 “교체 투입될 때 슈틸리케 감독님이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나오라고 주문하셨다. 공격에 도움이 되라고 하셨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쐐기골을 만들어낸 환상적인 ‘폭풍 드리블’에 대해 “나는 후반전에 투입돼 체력이 남아있었고 상대는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를 이용해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 결승으로 가는 과정이다.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한다. 31일에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팬들의 응원이나 언론의 보도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내 길에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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