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의 신데렐라 이정협이 후반 추가시간에 쐐기골을 뽑아낸 뒤 기뻐하고 했다. <연합>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가 대회 개막을 앞두고 치른 마지막 평가전에서 상대의 자책골과 ‘신데렐라’ 이정협(상주)의 A매치 데뷔골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꺾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FIFA랭킹 69위)은 4일 호주 시드니 파라마타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사우디(102위)와의 평가전에서 후반22분 오사마 하우사위의 자책골과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이정협의 추가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아시안컵 개막전 마지막 평가전을 마친 슈틸리케호는 오는 10일 호주 캔버라에서 오만을 상대로 2015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이날 사우디를 맞아 이근호(엘 자이시)를 원톱 스트라이커로 내세우고 좌우 날개에 손흥민(레버쿠젠)과 조영철(카타르SC)을 배치한 4-2-3-1 전술을 들고 나왔다. 섀도 스트라이커는 구자철(마인츠)이 맡았고, 대표팀에 뒤늦게 합류한 기성용(스완지시티)을 대신해 ‘멀티플레이어’ 박주호(마인츠)가 한국영(카타르SC)과 중원 조합을 이뤘다.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김진수(호펜하임), 장현수(광저우 부리), 김주영(서울),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가 나섰고 골키퍼는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맡았다.

하지만 전반 한국은 모든 면에서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성용이 빠진 중원의 공백은 예상대로 상당했고 잦은 볼 키핑 미스로 인해 수비 압박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오직 손흥민이 혼자서 고군분투했다.

서서히 공세를 올려간 한국은 전반16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김창수의 크로스를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구자철이 흘려주자 페널티지역 오른쪽에 있던 손흥민이 강력한 왼발 슈팅을 시도한 것이 사우디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튀어나와 선제골을 놓쳤다. 손흥민은 전반 22분에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이근호가 가슴 트래핑으로 떨어트린 볼을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반격에 나선 사우디는 전반 27분 역습상황에서 나와프 알라비드가 오버헤드킥으로 한국 골문을 노렸지만 골키퍼 김진현의 몸을 날린 ‘수퍼세이브’에 막혀 역시 선제골을 놓쳤다.

한국은 전반 30분 페널티지역 왼쪽 측면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득점 없이 전반전을 마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근호, 구자철, 김진수, 김진현을 빼고 남태희(레퀴야), 한교원(전북), 이명주(알 아인), 김승규(울산)를 투입, 테스트를 이어갔다. 교체와 함께 조영철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올리고 남태희에게 섀도 스트라이커, 한교원을 오른쪽 날개에 배치했다. 이명주가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고 대신 박주호가 김진수가 빠진 왼쪽 풀백으로 옮겨갔다.

선수들이 대거 바뀐 한국은 후반 8분 수비 불안이 이어지며 사우디에 두 차례 연속 슈팅을 허용하는 등 위기를 맞았지만 수비수들이 몸으로 막아내며 실점을 면했다.

전열을 가다듬은 한국은 후반 14분 조영철의 크로스에 이은 남태희의 헤딩 슈팅이 사우디 골문 오른쪽을 살짝 벗어나며 땅을 쳤으나 22분 사우디의 자책골로 마침내 리드를 잡았다. 왼쪽 측면에서 손흥민이 올린 프리킥이 사우디 수비수 몸에 맞고 골문안으로 들어가 자책골이 됐다.

마침내 리드를 잡은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7분 조영철 대신 이정협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그의선택은 적중했다. 후반 44분 손흥민의 30ｍ짜리 장거리 프리킥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아쉬운 탄식을 자아낸 가운데 후반 추가시간에 마지막 공세에 나선 한국은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왼쪽 측면에서 김창수가 내준 크로스를 이정협이 골지역 정면에서 쐐기골로 만들면서 2-0 승리를 마무리했다.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까지 맛본 이정협은 이 골로 슈틸리케호의 ‘신데렐라’로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