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한국을 방문하는 입장이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한국의 날씨는 캘리포니아 날씨에 비해 20도나 낮고 눈까지 온다고 한다. 지독한 겨울 감기에 걸리지 않아야 할 텐데… 이런 날씨여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13시간의 비행시간이 그저 설레기만 했다. 공항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 보이는 화려한 간판들을 보니 이곳이 한국임을 실감하게 됐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상점에 간판들이 잘 안 보여서 운전하면서 지나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여기저기서 들리는 캐럴 음악에 이곳도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족과 감격의 상봉을 하고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치킨을 배달시켰다. 한국에 있을 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집에서 전화 한 통으로 해결했었는데 미국은 땅덩어리가 커서 그런지 배달문화가 없어 늘 아쉬웠다. 이번 여행에는 원 없이 이것저것 시켜 먹어야겠다 다짐했다.
오랜만에 옷장에 있는 두꺼운 패딩 점퍼와 목도리, 장갑을 꺼내들고 길거리를 걸었다. 날씨는 춥지만 거리를 혼자 걷는 내내 마음이 편했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미국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까 무서워 나오지도 않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니거나, 오지도 않은 메시지를 확인하는 척 핸드폰만 보고 걸었었는데… 그 생각을 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랬던 나였는데 길거리 지나가다 사람과 부딪히면 “excuse me”라는 말이 나오고, 택시를 타고 택시 아저씨에게 길을 설명할 때에는 “right turn please”라는 말을 하는 나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
어찌 됐든 사람은 환경에 적응한다는 말이 새삼 느껴졌다. 운전을 미국에 와서 처음 배우고 미국 교통법대로 지내다가 이곳에 오니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횡단보도가 있든지 없든지 상관없이 보행자가 우선인데, 그 생각을 하고 걷다가 차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는 걸 보고 아차! 이곳이 한국이지 생각하게 되었다.
고작 8개월 살았던 나도 이렇게 다른 점을 느끼는데 12월 말에 있을 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3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시는 시아버님은 아마 나보다 그 차이를 크게 느끼실 것 같다. 30년 전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과연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아버님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눈이 오는 이 밤 족발을 시켜 먹기 위해 수화기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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