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정개특위 가동 준비…농어촌선거구 축소엔 약속한듯 부정적
▶ 도시위주 선거구 10곳안팎 늘듯…현행 소선거구 개편논의도 고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25조 등의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헌법재판소가 30일 현행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제도가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보고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재 3대1에서 2대1로 조정하라고 요구하자 정치권이 벌집을 쑤신 듯 들썩이고 있다.
여야 모두 자신들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린 ‘게임의 룰’의 급격한 변화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닥치자 내심 불안감을 표하며 앞으로 선거구 획정 작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에게 메가톤급 이슈가 터진 만큼 이제 막 에드벌룬을 띄우려던 개헌 논의가 쑥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국회의원들에게 핵폭탄이 터진 것"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망했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여야 간 이해가 엇갈리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과 인구밀집 지역인 도시 지역 의원들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났다.
광역시도 별로는 농·산·어촌 지역이 대부분인 영·호남 의원들의 우려가 컸고 상대적으로 인구에 비해 지역구가 비교적 적은 충청권 의원들은 헌재의 결정에 반색했다.
영남이 지역 기반인 새누리당과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대립하던 평소와 달리 헌재 결정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이른바 ‘지역 대표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일제히 드러냈다.
이는 다시 말해 농·산·어촌은 현행대로 인구 비례 원칙에서 어느 정도 예외를 둬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사실상의 양당 체제하에서 여야가 이처럼 이해타산이 대체로 일치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대목은 앞으로 선거구 획정 논의의 방향을 어느 정도 예고하고 있다.
만약 전체 지역구 숫자가 현행 246개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전국적으로 통·폐합과 분구 등을 통해 지역구 의원정수를 맞추게 되는데, 최근 인구가 팽창된 경기도를 중심으로 약 10곳 안팎의 선거구가 늘 확률이 현재로선 비교적 높다.
앞으로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여야 교섭단체가 막후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마음대로 선거구를 결정하는 것)을 통한 ‘나눠 먹기’를 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현행 의원정수(300석)를 동결한 상태에서 의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통·폐합을 줄이고 분구조정을 시도해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면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식선거법에 따라 중립성을 담보하는 공식 기구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있지만 이해 당사자인 정치권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획정위가 실제 작업에 나서기 전에 국회 정개특위가 지역구 의원 정수와 비례대표 의원 정수 등을 비롯한 대강의 룰을 먼저 정할 수 있고 획정위 구성 과정에도 여야가 얼마든지 입김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헌재 결정 직후 일제히 대책회의를 열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가동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헌재가 선거구 획정 시한을 내년 12월31일까지로 못 박았기 때문에 여야 모두 마음이 급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개특위의 필요성이 생겼다"면서 "원내대표 간에 합의해 정개특위가 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상의를 거친 브리핑을 통해 "정개특위를 하루빨리 구성해 선거구획정위를 조기에 가동하자"고 제안했다.
선거구를 재획정하는 김에 아예 국회의원 선거제도 자체를 보완하자는 요구도 나온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 또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로 전환하거나 지역구 의원을 일부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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