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영화제가 동 시대 한국 감독들의 영화 8편을 상영한다기에 기대감에 들떠 지난 달 비행기에 올랐다. 해마다 한 도시를 선정해 그 나라에서 주목받는 영화들을 소개하는 ‘시티 투 시티’ 섹션에 서울이 선정됐고 그 곳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을 대표하는 차세대 감독들이 궁금했다.
도착하기가 무섭게 8편을 모조리 관람하리라 마음먹었다. ‘좋은 친구들’로 시작된 토론토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보기는 ‘산다’ ‘경주’ ‘마담뺑덕’으로 중단했다. 그 사이 사이 메인 섹션 초청작인 ‘해무’와 ‘화장’을 관람했다. 박경근 감독의 다큐 ‘철의 꿈’을 제외한 나머지 3편은 LA로 돌아와 보긴 했다.
그 해 ‘관객상’을 받은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을 정도로 관객 수준이 높다는 토론토 영화제에서 악덕 사채업자가 개입해야 스토리가 전개되는 상황 설정, 욕설만 난무하는 대사, 잘 나가다가 신파가 되어 버린 한국 영화를 보고 있자니 한심했다. 그냥 TV화면으로 봐도 될 드라마를 왜 영화관에 앉아 보는 걸까 회의감도 들었다.
탈북자의 삶을 다룬 전작 ‘무산일기’처럼 약자들, 아픈 사람들의 편에 선 박정범 감독의 ‘산다’는 150분이라는 상영시간만 아니면 영화의 무게감이 좋았다. 집에서 본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는 여수의 풍광을 담은 아름다운 영상이 영화제에서 봤어야 했다는 후회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작품들에선 영화관의 거대한 스크린에서 뿜어내야할 에너지가 부족했다.
‘영화는 감동, 드라마는 공감’이라고 했나. 저예산 독립영화이든 상업영화이든 이 시대 감독의 역할은 관객을 감동시키고 보기에 아름다우며 기술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감독이 의도한 대로 스토리에 녹아든 감정이 영화 전반에 흘러 감동이 되고 영화 속 인물이 내뱉은 대사 한 줄이 깊은 울림을 주거나 뇌리에 박히는 한 장면이 잔상으로 남아야 감동이 느껴지는 것 아닌가. 영화감독이 문제의식을 지니는 건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관객과의 소통은 영화의 본질, 즉 ‘재미’를 만족시킬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세상의 빛을 잃어버려 더 이상 영화를 만들 수 없다고 선언한 영화예술의 거장 벨라 타르 감독에게 영화를 하는 이유는 ‘세상에 대한 반응’이었다고 했다. 영화만이 줄 수 있는 것, 그런 건 없다고, 요즘 영화는 더 그렇다고 했다. 영화가 어떤 큰 힘이나 영향력이 있기를 바라지 않고 그건 바람직하지도 않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 힘이 생기고 강해진 나 자신을 확인하게 되듯이 영화도 딱 그 정도가 좋다고 했다. 그게 예술의 힘이라고.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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