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경 교수, 여성시각에서 본 성문제로 조선역사 해설
워싱턴대학(UW) 한국학 도서관이 한인 교양프로그램으로 매달 마련하고 있는 북소리(Booksori)에서 ‘정절’의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 18일 열린 10월 행사의 강사는 UW의 조희경교수(한국문학)였다. 조 교수는 자신의 전공 분야는 아니지만 평소 관심이 많았던 여성의 문제를 다뤄볼 생각으로 올해 출판된 <정절의 역사: 조선 지식인의 성담론>(이숙인 저)를 결정했고 ‘여성의 성(性)문제로 본 조선의 역사’를 다뤘다. 조선시대 가족과 국가를 지탱한 이념이 성적으로 한 지아비를 섬기는 ‘정절(貞節)’이었고, 그 반대의 개념이 ‘실행(失行)’이었다.
현재까지도 한국사회에서 유산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정절의 개념은 남녀 모두에게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특히 여성에게는 ‘한 남자를 섬기는 것’이 바르고 곧다는 개념으로 정립돼 있다. 조선시대 ‘개혁군주’로 통했던 정조 임금은 여성의 관점에선 개혁은커녕 보수도 중에서도 극보수라 할 수 있다.
정조 때 발간된 중범죄 판례집 <심리록>에 1783년의‘취삼 사건’기록이 나온다. 취삼은 자기 처와 간통했다고 의심되는 남자를 살해했는데, 취삼의 부인인 김씨는 실제로 간통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정조는 도리어 김씨가 간통 무고 주장을 편 것을 문제 삼아 “차라리 간통을 덮어쓸망정 지아비를 죽을죄에서 살려낼 방도를 꾀했어야 하는데 끝내 이런 뜻이 없어 윤리가 사라졌다”고 나무라는 내용이 나온다.
아내를 죽인 남편 ‘삼한 사건’에서도 정조는 “지아비를 사형에 처한다면 죽은 여자의 마음에 흡족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남편을 방면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조선시대 여성의 이야기를 여성이 쓴 기록이 전혀 없는데, 이 책은 ‘정절’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조선시대 여성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소리에는 수필가인 안문자씨와 의사 출신인 장석주ㆍ이승찬씨, 현재 시애틀에 방문학자로 와있는 서울대 법대 정승조 교수, 이길송, 김인배씨 등이 참석해 ‘정절’과 ‘여성’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여 흥미를 더했다.
황양준기자 june66@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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