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된다’가 있으면 ‘된다’도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안테우스는 마마보이 신이다.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인 땅에 발이 붙어있는 동안은 막강한 힘을 발휘하지만,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맥을 못추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졌다. 그 약점이 결국 헤라클레스와의 격전에서 그를 죽음으로 몰아냈다. 아무리 땅에 내려쳐도 죽지 않는 안테우스의 힘이 땅에서 나오는 것을 눈치챈 헤라클레스가 그를 들어 올려 바다에 던져 버린 것이다.
“내가 소원하는 ABC대학에 합격 못하면 나의 인생은 끝장이다”라는 소리를 종종 듣는 시즌이 돌아왔다. 그것은 마치 안테우스가 땅을 어머니의 치마폭으로 여겨 그 한 군데에서만 안주하려는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그렇게 어느 한가지에만 치중하는 것을 경계한 장자는 “백 개의 뼈마디, 아홉 개의 구멍, 여섯 개의 내장이 사람의 몸에 있지만 우리는 그 중 어느 것만 좋아한다고 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다양한 구성 요소에 등급을 매겨 편애하는 것에 대한 금지령은 자신의 가치와 긍지가 다니고 싶은 대학의 랭킹에 따라 변동되는 태도에 대한 경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장자는 또한 “사물은 저것 아닌 것이 없고, 또한 이것 아닌 것도 없다. 그러므로 저것은 이것에서 생겨나고, 이것 또한 저것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저것과 이것은 나란히 함께 존재한다. 삶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으면 반드시 삶이 있다. 된다가 있으면 안된다가 있고 안된다가 있으면 된다가 있다”라고 꿰뚫었다.
대학입시에서 퇴짜를 맞은 것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앞으로 친구ㆍ배우자 그리고 직장으로부터 자신의 존재 타당성을 테스트 받을 일이 얼마든지 있다. 좀 더 멀리 보면 자녀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또한 그들도 똑같이 퇴짜맞는 것을 지켜보며 눈시울 적시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려 이웃집에 갔더니/주인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주는 것은 죄악이다고 말하였습니다/그 말을 듣고 나는 돌아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라고 노래한 한용운시인이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본 “당신”은 다름아닌 무존재로 추락한 자신이다. 그는 절망적 자아상실에서 역설적으로 자아 존재의 참뜻을 깨달았다.
타자(대학)에 의해 퇴짜맞는 것은 무존재로 치닫는 길로 들어선 증거가 아니라 비로소 자아실현의 길이 열린 것이다. 즉 불합격 통지서는 마침표가 아니라 느낌표다. 또한 땅에서 눈을 떼어 하늘도 있고 바다도 있다는 것을 보게 하는 망원렌즈다.
“모든 존재는 저마다 슬픈 거야. 그 부피만큼의 눈물을 쏟아내고 나서 비로소 이 세상을 다시 보는 거라구… 우리 생에 필요한 것은 다만 그 눈물을 서로 닦아줄 사람일 뿐”이라고 공지영은 그녀의 소설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에서 말했다.세상을 새롭게 보게 하는 눈물이 필요하지만, 불합격 통지서를 받은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눈물을 닦아 줄 사람이 아니라,헤라클레스, 장자, 그리고 한용운이다. 그들의 도전ㆍ역설ㆍ관점이“안된다가 있으면 된다가 있다”를 깨닫게 한다.
그 예를 웰슬리 대학에서 불합격당하고 사라로렌스 대학에 진학한 바바라 월터스에서 찾을 수 있다.“불합격 소식에 실망은 했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사라로렌스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 꾸준히 이야기를 나눈 것이 나중에 세계의 유명 인사들을 인터뷰하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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