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어 무슨 계획을 짜야할 텐데 한참 고민하는데 전화가 울린다. 며느리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아들이 스케이트를 타다 스케이트 날이 부러져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다고 한다. 병원 응급실이라는 며느리의 울먹임에 내 가슴마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어쩌다 그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신었던 스케이트를 한번 타 보고 싶어 하다 사고가 났다고 한다. 정신은 돌아온 듯한데 머리에서 목까지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고 말한다.
인간이란 항상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나쁜 것 부터 상상 한다고 했던 것처럼 내 머리 속에는 별의별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내 팔자에 무슨 일 년 계획씩이나… 그저 오늘이나 정신 차리고 앞만 보고 천천히 가면서 내 주위 모든 이들이 무사한지 돌아보며 살아갈 궁리를 해야겠구나, 우리 주위에서 언제 일어날 지 모를 많은 사고들을 아무리 조심해도 절대 미리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우며 막상 일이 생기고 나면 왜 우리가 왜 미리 피하지 않았는가를 후회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하느님이 도우셨는지 다행히도 아들은 얼굴에 멍이 조금 들고 작은 상처 외에 머리에는 이상이 없다니 너무 감사한 일이다. 인간의 삶이란 항상 곡예를 타듯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얘기 하나가 생각났다.
한 나그네가 산속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깜짝 놀란 나그네는 나무 뒤에 숨는 척하다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냅다 달렸다. 마침 하느님이 도왔는지 앞에 우물이 하나 보였다. 마침 우물 안에는 칡넝쿨의 밧줄이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이제 살았구나하며 넝쿨을 타고가다 우물 밑을 보니 구렁이 한 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혀를 날름거리며 앉아 있었다. 위에는 호랑이가 보이고 아래는 구렁이 내가 어찌 살아날까 걱정을 하며 앞을 보니 마침 벌들이 지어 놓은 집에서 꿀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가 손가락으로 꿀을 찍어 먹으며 위를 보니 까만 쥐와 하얀 쥐가 번갈아 가며 자신이 매달린 칡넝쿨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그네는 이것이 나의 인생이라면 최선을 대해 즐기자 생각하며 꿀을 맛나게 계속 먹었다는 얘기다.
여기서 매달린 사람은 우리이고 칡넝쿨은 우리 목숨이요, 이걸 갉아먹는 흰 쥐와 까만 쥐는 우리의 밤과 낮의 세월이라 한다. 그렇다. 이들 모두는 우리를 서서히 죽음이라는 곳으로 언제인가 끌고 가는 것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비극적 상황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다. 그러고 보니 사고도 죽음도 우리가 피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은 듯하다. 일 년 계획보다 오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즐기며 충실해 보리라.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