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숲 속에 첫눈이 내렸다. 세상이 온통 가난한 마음으로 하얗게 설랜다.
나는 매년 이맘 때가 되면 17세기 영국시인 존던의 시(詩)“ 누구를 위해서 종은 울리나" 를 읽곤한다. 이 시는 나의 크리스마스 스피릿이기도 하다.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이어라.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구라파는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모래톱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 자신의 영지가 그리되어도 마찬가지. 어느 사람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고자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린다."존 던의 종소리는 이천년 전 한 가난한 이스라엘목동이 새벽이슬에 젖은 초원의 별빛 아래서 들었던 천사들의 노랫소리였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평화" 이 종소리는 그 이스라엘 목동처럼 마음이 가난한 자들의 귀로만 들을 수 있는 천국의 메아리소리다.
나도 한 때 별빛 찬란한 밤하늘로부터 천국의메아리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음이 가난했던시절이 있었다. 시골 초등학교 학생시절이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왠지 마음이 설랬다. 누군가에게 내 가난한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그럴 때면 난로도 없는 차가운 교실에서 두 손을호호 불며 12가지색 크레용으로 예쁜(?) 크리스마스카드를 그려 내 마음을 담았다.
“이승만 대통령 할아버지! 나라를 위해서 얼마나수고가 많으십니까? 만수무강 하십시오."“ 국군 아저씨! 이 추운 겨울 전방에서 나라를 지키시느라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우리들은 국군 아저씨들 덕분에 후방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선물로 가득 찬 썰매를 끌고 올 북극 사슴들을 애타게 기다리기도 했었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혹시라도 좁은 굴뚝으로 들어 올 수 없어서 행여 부엌 아궁이 앞에 선물을 놔두지 않았을까하고 찾아보기도 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화로 주위에 친구들과 옹기종기 둘러 앉아 꺼져가는 화롯불에 구워낸 고구마를 함께 먹으며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었다.
그때 내가 들었던 교회의 종소리는 분명히, 대통령 할아버지, 국군 아저씨들, 온 동네 친구들, 그리고 나와 우리 가족들… 모두를 위한 평화의 종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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