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최모씨는 여름이 괴롭기만 하다. 여름이면 LA를 찾는 한국 친지들로 인해 주말이면 여행가이드 역할을 해야 하고 때론 자신의 방까지 내줘야 하지만 싫은 내색조차 할 수 없는 난처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는 한 달간 머물겠다고 갑자기 찾아온 고향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씨는 이 친구 때문에 가정불화까지 겹쳤다.

#은행원 김모씨도 한국에서 온 친지 때문에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LA에 사는 유일한 친척인 자신을 찾아온 이 친지는 ‘너만 믿는다’며 무작정 LA로 와 2주째 김씨 집에서 머물고 있다. 매일 이 친지를 유명 관광지로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택시기사 노릇에 김씨는 짜증이 나지만 이 친지에게는 웃는 표정을 짓고 있다.

여름 휴가절만 되면 LA를 찾는 한국의 친지나 친구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이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 방학과 여름휴가를 맞아 가족이나 친구들이 LA를 방문하면 한인들은 이들의 관광가이드 역할에서부터 택시기사 역할까지 해야 하고, 이들에게 방까지 내줘야 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LA는 특성상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아 일부 한인들은 자신의 휴가까지 써가며 친지나 친구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다.

친지나 친구를 맞은 한인들은 손님접대에 시달리고 있지만 고마움보다는 당연시하는 태도가 가장 야속하다고 토로한다. LA의 일상을 이들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최씨는 “연락도 없던 친구가 갑자기 방문해 당연하게 접대를 요구하는 듯해 화가 났지만 내색을 하지 못했다”며 “이 친구 때문에 부인과도 다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최씨 집에 2주가 넘도록 기거하고 있는 이 친구는 최씨에게 놀이공원 입장권 구입까지 은근히 기대하는 듯해 최씨를 힘들게 하고 있다. 최씨는 “그렇지 않아도 생업에 종사할 시간이 부족한데 휴가를 온 친구를 챙기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 이 친구가 한국으로 돌아갈 날 만을 꼽고 있다”고 큰 한숨을 쉬었다.

친지가 집에 머물고 있는 김씨도 “아무리 친한 사이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친다는 생각이 든다”고 푸념했다.

김씨는 “여름 휴가철이 되며 미국에 사는 게 잘못이라는 자책까지 할 정도”라며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의 친지나 친구들이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줬으며 한다”고 말했다.


<이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