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본능과 후각의 발현이다.
모형만 있을 뿐, 맛도 감동도 없는 예술을 과연 예술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러므로 배고픔, 절망… 혹독한 시련… 이런 것들이야 말로 예술을 배양시키는 인큐베이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물에 빠져본 자…밑바닥에 떨어본 자들만이 헤엄치고, 날아오르는… ‘희망’의 그림을그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면 예술은 야성(시련)과 재능 외에 훈련(연습)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것일까?
문학과 미술 등 여러 형태(의 장르) 중에서 음악만이 훈련으로 가능한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연주가라는 특별한 장르에 종사하는 자들이다. 연습없는 피아니스트, 공부하지 않는 지휘자… 노력없는 바이올리니스트란 없다. 피나는 연습…그리고 또 연습… 이런 것이야말로 연주자들을 완성시키는 스승,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좋은 연주가들이란 디스플린(displine-훈련)이 있는 자들을 말한다. 엄청난 자기제어력… 노력과 훈련… 이러한 시험에 통과한 자들만이 연주자라 불릴 수 있고, 사회(생활)에서도 모범답안을 쓸 수 있는 자들이다. 음악을 잘 하는 자들이 명문대에서 환영받고 또 수업에서 우월한 성적을 내고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디스플린의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음악이라는 화려한 불꽃을 마지막으로 점화하는 연주가들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위대한작품… 그 열매가 크고 화려할수록, 아름다운 열매를 나누어주고 맛볼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연주자들… 그 존재 가치를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위대한 음악… 작곡가 뒤에는 늘 그 작품을 연주하고 그것을 훌륭하게 표현해 낸 위대한 연주가들이 있다. 연주 불가능하다는 루빈스타인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을 빛나게 한 한스 폴 뵐로…, 세계 3대 바이올린 협주곡의 하나인 브람스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요하임 등… 위대한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 데 있어 연주가들의 역할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연주가들에 바치는 감사… 그 헌정이라고나 할까? 2002년도에 발표되어 널리 사랑받은 영화 중 ‘피아니스트’란 작품이 있다. 인간과 전쟁… 음악이 함께 뒤엉켜진, 존재의 상처를 제시하며 그 해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며 크게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유태계 피아니스트가 나치에 쫒기다가 독일 장교에 발각,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 이것은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욱 드라마틱한 감동을 안겨주기도 하는데, 같은 연주라 해도 감회는 매우 색다르다. 독일 장교는 그의 연주를 듣고 문득 그를 살려주기로 결심한다. 이유 없이 다락방에 숨겨주고 음식도 날라준다. 독일장교는 왜 피아니스트를 살려 줬을까? 영화 ‘피아니스트’는 유태계 폴란드 피아니스트 블라드슬로프 스필만이라는 실존인물을 다룬 영화로서, 명배우 애드리언 브로디 주연, 명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매가폰을 잡았다. 2차대전 막바지에 독일군이 점령한 페허의 바르샤바에 아사 직전의 스필만이 스며든다. 먹을 것을 뒤지던 스필만 앞에 나타난 것은 독일장교 호젠펠트… ‘누구냐?’는 질문에 스필만이 연주하는 곡이 바로 쇼팽의 발라드 1번이었다.
독일장교는 왜 피아니스트를 살려 줬을까? 그것은 아름다움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간에게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혹독한 절망 속에서도 꽃필 수 있는가를 스필만은 보여줄 수 있었고 그것은 음악의 힘이 아닌, 피아니스트… 즉 디스플린의 기적이었다.
음악에는 감성이 있을 뿐 소위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성), 오류에 대한 반성… 그 boundary(경계)가 없다. 가장 이성적인 국가… 음악의 나라였던 독일(국민)이 나치의 광분에 동조하고 미치광이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던 것은 인간(음악)의 이중성… 그 광폭함의 모순이기도 하였다. 그러기에 더욱 더 전쟁의 상처… ‘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반전의 감동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지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