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연정국악원 베나로야홀 공연에 2,500석 만원 사례
궁중 및 민속 음악과 무용, 사물놀이에 기립박수 3차례
대전시립 연정국악원이 지난 22일 저녁 자매도시인 시애틀에서 펼친 ‘코리아 판타지’는 한국 전통 국악공연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나로야홀의 2,500여 객석을 메운 관객은 “한국 정상 공연단은 역시 다르다”며 ‘원더풀’을 연발했다.
전통 음악과 무용으로 구성된 1부는 궁중음악인 ‘수제천(壽齊天)’으로 막이 올려졌다. 수명이 하늘처럼 영원하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깃들어진 명곡으로 ‘느림’을 통해 궁중의 품격을 드러내면서도 유장한 선율이 돋보였다. 두 번째는 일반서민의 슬픔과 기쁨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한 민속음악 ‘시나위’가 무대에 올려졌다. 피리, 대금, 해금, 장구에 가야금, 거문고, 아쟁, 징이 더해진 기악연주로 처음에는 느렸지만 점차 빨라지면서 한민족 특유의 한이 깃든 정서를 독주와 합주 형식으로 표현했다.
다음 순서로 공연된 민속무용에서는 부채를 소도구로만 쓰는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단원들이 부채를 통해 꽃과 물결을 표현하며 한국전통의 색깔과 춤사위를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서울 경복궁의 근정전(勤政殿)을 무대 화면으로 한 가운데 펼쳐진 2부는 ‘국악 관현악’이 소개됐다. 서양 오케스트라와 달리 섬세한 화음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청아하면서도 무게 감 있는 음색을 펼쳐 전통 국악공연이 단조롭고 재미없다는 일반인들의 고정 관념을 확실하게 고쳐줬다.
우리 귀에 익숙한 ‘한오백년’ ‘뱃노래’ ‘태평가’ 등 맑고 깨끗한 경기민요와 ‘성주풀이’ 등 깊고 농익은 소리가 일품인 남도 민요가 어우러졌고, 한민족의 대표적 선율인 아리랑 환상곡을 통해 우리 민족정서인 애잔함과 한을 담아냈다. 판소리 ‘춘향가’ 중 이몽룡과 성춘향이 노래하는 ‘사랑가’에서는 경쾌한 봄의 사랑을 느끼게 했다.
이날 무대의 피날레는 한국 소리의 열정과 전율과 흥분을 한꺼번에 토해내는 ‘사물놀이’가 국악 관현악단과 협주로 장식됐다. 한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올해로 창립 32주년을 맞아 악(樂), 가(歌), 무(舞)를 아우르는 연정국악원의 수준급 공연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앙코르를 연호했다. 연정국악원은 관객들과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등 3차례 앙코르에 응한 뒤 무대를 떠났다. ‘춘향가’에서 이도령 역을 맡은 단원 최민혁씨와 샛별문화원 최지연 원장의 딸인 최시내양의 공동 사회도 영어와 한국어는 물론 곡 해설까지 친절하게 곁들여져 공연을 더욱 빛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연에 앞서 마이크 맥긴 시애틀시장은 무대로 나와 “자매도시인 대전과 시애틀의 교류확대를 위한 무료 공연에 감사한다”며 “특히 공연을 위해 도와준 샛별한국문화원과 대전자매도시위원회에도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둔 상황이긴 하지만 맥긴 시장이 한인 공연에 모습을 드러나 인사말을 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황양준기자 june66@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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