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압 낮추고 콜레스테롤 개선·인슐린 조절까지 고칼로리 불구 신진대사 촉진…폭식 땐 역효과
■ 설탕-지방덩어리가 건강식품?
초컬릿은 사랑의 음식이다. 우선 맛 자체가 사랑의 느낌과 유사하다. 달콤하고 쌉쌀하다. 초컬릿이 젊은 연인들의 애정고백에 소품으로 자주 쓰이는 이유도 아마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매년 2월14일 밸런타인스 데이가 돌아오면 초컬릿 매상이 쑥쑥 올라간다. 밸런티누스 성인의 축일인 이 날은 주로 여자가 맘에 둔 남자에게 초컬릿으로 내밀한 감정을 전달하는‘고해성사’의 날로 자리를 잡았다. 초컬릿이 사랑과 동의어로 쓰이는 날인 셈이다.
카피오카가 주원료인 초컬릿은 알면 알수록 오묘한 음식이다. 원재료만 놓고 보면 갈 데 없는 ‘기피식품’이지만 효과로 보면 ‘건강식품’이다.
초컬릿의 추요 첨가재료는 웰빙시대의 눈치꾸러기인 설탕과 지방이다. 물론 칼로리도 높다. 체중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의당 멀리해야 할 음식이다.
그런데 새로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초컬릿을 자주 먹는 사람은 이를 멀리하는 사람에 비해 체질량지수(BMI)가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슨 놈의 조화인지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 힘들다. 마치 사랑처럼 일반적 상식을 뛰어넘는 불가해한 특성을 지닌 셈이다.
여기서 말하는 BMI는 킬로그램 단위로 표시한 체중을 미터로 표시한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로 비만도를 측정하는 기본 척도다.
예를 들어 키가 1미터60센티이고 체중이 50킬로그램인 사람의 BMI는 50을 1.65를 두 번 곱한 수치인 2.7225로 나누어준 뒤 소수점 첫 자리에서 반올림한 값인 18이다.
정상적인 BMI 지수는 20~25이고 과체중은 25~29.9이며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간주된다.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과학자들은 설탕과 지방 덩어리인 초컬릿이 어떻게 BMI를 낮추고 허리둘레를 줄여주는지 속 시원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체중에 긍정적인 효과를 끼친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힘든 만큼이나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다만 초컬릿의 주성분인 카피오카에 함유된 항산화제와 다른 화학물질들이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몸 안으로 들어온 칼로리를 상쇄해 주는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초컬릿 중독자인 ‘초커홀릭’이라면 초컬릿의 건강증진 효과를 밝혀낸 최근의 연구 결과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중 몇 건의 보고서에 따르면 초컬릿은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덜어주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해 주는 외에 인슐린을 조절하는 효과를 보인다.
이번에 새로 발표된 보고서는 초컬릿이 체중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나 신진대사 효과에 초점을 맞춘 논문은 이전에도 더러 있었다.
초컬릿과 체중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UC샌디에고 의과대 부교수 베아트리체 골롬보 박사는 국립보건원(NIH)의 재정지원을 받아 1,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를 비롯한 연구원들은 실험 참여자들이 얼마나 자주 운동을 하는지, 그들이 매일 어떤 음식물을 어느 정도 섭취하는지를 상세히 파악한 뒤 초컬릿이 이들의 체중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살폈다.
실험 참여자들은 평균적으로 중년층에 속해 있었고 주당 대략 세 번가량 운동을 하며 두 번 정도 초컬릿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먹는 초컬릿의 종류가 다크인지, 밀크인지 아니면 화이트인지는 구분하지 않았다.
그 결과 초컬릿을 가장 자주 먹는 사람들의 체질량지수가 다른 이들에 비해 낮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상식적으로 초컬릿을 자주 먹는다는 것은 칼로리 섭취량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다. 칼로리 섭취량이 많아지면 허리둘레가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상식을 배반했다.
골롬보 박사는 매주 다섯 차례 초컬릿을 먹은 사람과 전혀 먹지 않은 사람 사이의 몸무게 차이는 대략 5~7파운드가량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물론 초컬릿을 먹은 쪽의 몸무게가 가벼웠다.
식생활 관련 연구 결과는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낮다.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너무 많을 뿐 아니라 원인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족집게처럼 꼬집어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골롬보 박사 일행은 나이, 성별, 우울증 여부, 채소와 지방의 섭취량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여러 요인들을 조정해 가며 초컬릿을 자주 먹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체중 차이에 변화가 오는지를 주시했지만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골롬보 박사는 이번 조사 결과가 초컬릿을 포식해도 좋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앉은 자리에서 많은 양의 초컬릿을 한꺼번에 먹어치우는 사람의 BMI는 약간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골롬보 박사는 초컬릿의 건강효과는 많은 양을 섭취할 때가 아니라 적당량을 자주 섭취할 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하루 10파운드의 초컬릿을 먹어치우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양심불량’ 내지 ‘의식불량’에 해당한다.
초컬릿이 체질량지수를 낮춰주는 요인으로 골롬보 박사는 초컬릿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폴리페놀의 대사촉진 작용을 꼽았다. 이제까지 나온 동물실험 결과에 의하면 폴리페놀은 근육의 기능을 강화하고 순수 근육부피를 늘려주며 체중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페놀은 특히 다크 초컬릿에 듬뿍 담겨 있다.
골롬보 박사는 몇년 전 미심장협회 연례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옆자리에 앉은 식품영양 전문가의 탄식을 듣고 초컬릿과 체중 사이의 관계를 파헤치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식사 후 디저트 카트에 한 가득 담긴 초컬릿을 보고 옆 좌석의 식품영양 전문가는 “저렇게 맛있는 간식에 무시무시한 칼로리 폭탄이 숨겨져 있다는 게 너무 싫다”며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초컬릿이 신진대사를 촉진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골롬보 박사는 식품 전문가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의심이 일었다. 초컬릿이 신진대사를 촉진한다면 체중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
골롬보 박사는 초컬릿의 누명을 벗긴 연구 결과를 미심장협회 총회 당시 만났던 식품영양 전문가에게 직접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초컬릿은 사랑의 음식이다. 하지만 탐식은 금물이다. 사랑도 과하면 병이 된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