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가끔 어떤 사람을 만나면 문득 예전 어느 기억 속에서의, 아늑하고 진하지 않은 향긋한 냄새를 스쳐 떠오르게 하는 날이 있다. “아~ 그게 무엇이었지?” 하면서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그냥 흘러가는 그런 따뜻한 기억 속의 냄새인 것이다. 그렇지,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살아가는 아늑한 삶의 냄새가 있다. 살아오는 굽이굽이 인생의 골목길이 다르듯이, 굳이 많은 이야기로 전하지 않더라도 살아간다는 그 골짜기의 깊이만큼 아련히 거짓 없이 풍겨져 나오는 것이다.
환한 햇살만 넘칠 것 같은 눈부신 젊음이었을 때는 한 번도 맡아보지도 못한 냄새가, 어느 날부터 돋보기안경을 쓰지 않고서는 편하게 신문을 읽을 수가 없게 되고, 해가 짧은 겨울밤에 하는 운전이 두려워지고, 소소한 작은 일들을 깜박깜박 잘 잊어버려 책상 앞 앉은뱅이 달력에는 큼지막하게 온갖 것들은 써놓게 되어지면서부터, 유난히 예민해지는 후각을 덤으로 받으면서 알게 된 냄새인 것이다. 잃는 것이 있음 얻는 것도 있다고 했었는데, 어차피 세월을 따라 많이 사용한 것에 대한 작은 고장으로부터 오는 거라면은 그나마 덤이라도 함께 오는 좋은 것들은 감사하면서 받아야지 한다. 오랜 시간 속에서 배운 본능적인 직감과 느긋함을 함께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좋은 냄새를 맡으려 해 본다.
아는 것이 많다고 현명한 것이 아니며, 높은 자리에 있어 힘으로 머리를 숙이게 만든다고 존경하는 것이 아니며, 가진 것이 많아 보여 줄 것이 많아도 부럽지는 않은 것이다.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멀리서 눈빛만으로 마주쳐도 왠지 닮을 것 같고, 긴말 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머리가 끄덕이면서 숙여지며, 작은 손수건 한 장이라도 달라고 하고픈 그런 분을 만나 흉내라도 내 보고 싶다.
정작 나에게서 나는 스스로의 냄새는 맡지 못하는 장애인이지만, 어떻게 하면 나도 그 어떤 이들처럼 그렇게 좋은 냄새를 스스럼없이 남기면서 살 수 있을 것인지, 충분히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대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냄새를 전하면서 또 나에게도 전해지는 그 순간의 지나침만이라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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