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존 헤밍 지음ㆍ최파일 옮김 미지북스 발행ㆍ720쪽
▶ 1961년 원정대로 첫발 50년 탐구한 경험 정리 서구인의 침략과 파괴 과정 ‘사라진 제국’존재 파헤쳐 원주민·동식물 정보도 풍부
서기 1,500년 빈센테 야네스 핀손이 이끄는 스페인의 배들이 대서양을 건너 아마존 강 어귀에 도착했다. 이 책은 그 순간으로부터 시작해 이후 500여년 동안 아마존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일을 다룬다. ‘거의 모든’의 외연이 넓다. 17세기 초 포르투갈 예수회 회원들이 오마구이족 원주민을 잔혹하게 노예로 만드는 과정, 비단털원숭이의 기묘하게 생긴 콧수염과 귀와 머리에서 삐져나온 털에 대한 묘사가 책 속에서 동격으로 대접 받고 있다. 역사서나 박물지 같은 단일 범주로 책을 분류할 수 없는 까닭이다.
지은이 존 헤밍(78)은 1961년 이리리강(江) 원정대의 멤버로 아마존에 처음 발을 디딘 이래 50년 넘게 아마존 유역을 탐험했다. 수많은 연구팀과 원정대에 참여해 브라질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원주민을 만난 서구인으로 평가 받는다. 외부 세계와 접촉한 경험이 없는 5개 부족을 발견한 것을 포함, 40여 원주민 부족을 방문했다. 그 경험을 여러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원주민 역사에 관한 3부작 <붉은 황금>(1978), <아마존 개척 시대>(1985), <죽을지언정 죽이지 마라>(2004)로 브라질 기사 훈장을 받았다.
2008년 낸 이 책 <아마존>은 평생에 걸친 아마존 연구를 아우른 책이다. 700쪽 조금 넘는 책에 500여년에 걸친 이야기를 모두 담다 보니 의견이나 감상이 들어갈 틈이 없다. 그래서 다소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다. 머리말도 없다. 하지만 다루는 주제와 내용들-정복, 파괴, 반란, 낙원, 탐욕, 몰락 등의 어휘와 짝을 이뤄 호명되는 침략자ㆍ자본가와 원주민 부족들의 이름, 강과 동식물과 무기의 이름들로 지은이의 태도를 어렵잖게 알 수 있다. 착취자의 후예가 경의의 눈빛으로 바라본 아마존의 모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책의 앞 부분은 유럽인들에 의한 파괴의 역사다. 안데스 산맥의 잉카 제국을 멸망시킨 침략자들은 제2의 엘도라도를 찾아 무작정 아마존의 숲으로 들어갔다. 이후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피와 절규의 시대다. 원주민들은 이빨과 손톱의 힘만으로 정글에서 수만년을 살았을 만큼 강인했지만, 십자가를 앞세운 이들이 몰고 온 총과 세균에 앞에 무력했다. 파괴의 양태는 무차별적인 살육에서 자금을 앞세운 ‘개발’로 변모한다. 19세기 말 고무가 산업 혁명의 핵심 소재가 되면서 다시 탐욕의 대상이 된 아마존의 역사가 서술된다.
아마존을 대상으로 벌어졌거나 진행 중인 여러 고고학적, 인류학적 논의들도 이 책을 통해 일별할 수 있다. 예컨대 아마존에도 국가가 존재했을까. 대규모 노동력을 동원했던 흔적과 정교한 도기 문화 등을 바탕으로 ‘사라진 제국’을 추적하는 이론들과 그에 대한 반박을 읽을 수 있다. 아마존엔 전 세계의 30퍼센트에 달하는 동식물이 살고 있다. 진화의 계통수 꼭대기에 있는 영장류만 81종. 생명의 강과 생명의 숲, 그리고 그것들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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