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읽으리라…하며 책꽂이에 꽂아둔 책 한권을 집었다. 저자는 육십이 넘은 분으로 한국에서 경찰로 활동하다 이민와서 세탁소를 운영한 뒤 은퇴하셨다. 전직이 말해주듯 강직함, 곧음이 글 속에 배어 있었고 세월의 흐름 속에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좋은 일, 슬픈 일, 아쉬웠던 순간들을 되새긴 글을 읽노라니 뵌 적도 없는 그분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 중에서도 둘째 아들에 대한 서운함, 며느리에 대한 괘씸함을 표현하신 부분은 좀 심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지만 허심탄회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도 세월이 말해주는 여유가 아닌가 싶었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가슴 아픈 일이 생각나서 눈시울을 적셔야만 했다.
대단히 유명한 가문은 아니지만 형제애 돈독하고 명절마다 모이면 목사님이신 큰 아버지의 인도로 예배를 드리고 사돈의 팔촌까지 챙겨줄 정도로 사랑이 넘쳤던 우리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아주 사소한 오해로 “오빠와 나 사이를 갈라놓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라고 잊을 수 없을 말을 한 새언니, 지방에서 올라온 시댁 식구들을 나 몰라라한 며느리. 그래서 정말 집안에 여자가 잘 들어와야한다는 옛말이 틀림없음을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또 유학, 이민 등 해외에 나간 가족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모임도 멀어지고…가끔 서로 통하는 친척끼리는 옛날 시절을 그리워하며 회복시켜보자고 말하지만 쉽지않은 일이다.
누구나 살면서 이웃이나 친구, 친지간에 서운함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의 마음을 몰라주는 자식에게 느끼는 서운함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친정아빠 친구분 중 자수성가한 분은 부모의 정성어린 뒷받침을 무시하고 골프와 잘생긴 외모를 무기로 여자들과 방탕생활을 하며 속 썩이는 골프 유망주 아들을 두고 있다. 내가 아들이 잘 있냐는 인사를 건네자 “자기 부모 주머니의 돈도 못 가져가는 것이 어디 가서 돈을 번다고?” 서운해하며 걱정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리 큰 기대를 하는 건 아니지만 부모의 마음은 언제나 한자리에 있는데 그 마음을 몰라주는 자식한테 서운함을 느끼는 때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그러면서 외국에 산다는 이유로 자주 연락도 못드리는 딸을 부모님이 서운해하실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당장 문자라도 넣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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