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었다. 한국에 나갔었는데 그다지 할 만한 일이 없어서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대학부터 알던 친구라 참 편하고 스스럼없는 사이다. 아주사는 지금 그때 남자친구와 결혼해서 아기 낳고 잘살고 있다. 대학 다닐 때 굉장히 쿨한 성격에 힙합을 굉장히 사랑했던 아주사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이젠 아기를 낳고 사는 친구를 만나러 도쿄로 향했다.
호텔을 잡으려고 어디가 괜찮을까 물어봤더니 자기네 집이 좁지만 같이 지냈으면 좋겠다 그런다. 너무나 따뜻한 마음이 건네졌다. 아주사는 나를 픽업하러 공항으로 나왔고 우리둘은 서로 껴안고 좋아했다. 대학 때부터 같이 놀러다니고 좋은 추억 나쁜 추억도 함께한 사이라 서로 말을 안해도 알 수 있는 사이다.
아주사 집은 컴컴하고 천장도 낮은 너무나도 좁은 집이었다. 방 2개밖에 없는데 방 1개를 치워서 내게 내주었다. 이틀정도 도쿄에 머물면서 아주사 시댁식구들하고 점심, 저녁도 같이 먹었다. 아주사 시아버님은 새해라면서 내게 빨간봉투까지 건네주었다. 거기다 우리 아빠가 구하고 싶어했던 키친용 칼을 아주사 시아버님이 어렵게 구해오셨다. 정말로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아주사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한밤에는 아주사와 같이 와인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자신은 핵폭탄이 터진 이후 일본 정책이론이 마음에 안든다면서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녀는 참 솔직담백한 여자다. 아주사 아이들은 나를 신기하게 보는 것 같았다. 한자책을 꺼내서 나한테 일본어로 읽어보라 했다. 아주 능숙하진 않지만 내가 일본어와 한자를 읽자 아이들은 한국인인데 어떻게 읽을 줄 아느냐면서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마지막 떠나는 날,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야 했다. 깜깜한 새벽에 아주사는 운전을 하면서 나를 만나고 같이 좋은 시간을 보내 좋았다 한다. 비행기 타러 들어가려 하는데 아주사는 나를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나는 그런 아주사를 향해 껌을 건네면서 달랜다. 하지만 나도 눈시울이 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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