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점 거리서 미국인 감독에게 주연으로 캐스팅
오랜 전쟁에 시달린 아프가니스탄의 길거리에서 껌과 지도를 팔던 소년이 ‘마법의 양탄자’를 탄 듯 할리웃으로 날아와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동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 사는 파와드 모하마디, 외국인 상대 상점들이 밀집한‘치킨 스트릿’ 노점에서 껌과 사전, 지도 등을 파는 가난한 14세 소년이다.
지난주에도 추운 길모퉁이에서 지도를 사줄 손님들을 찾아 살피느라 몸은 분주했지만 마음은 꿈같은 먼 나라를 향하고 있었다 : 할리웃, 오스카…
전쟁에 찢긴 아프간에서 두 10대의 꿈을 그린
‘부즈카시 소년들’ 단편영화 부문 후보에 올라
아프간에서 날아온 이 10대 소년은 24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드 카펫을 밟을 것이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울었다. “너무 행복해서요” 눈에 눈물을 담은 채 활짝 웃는 그는 길거리에서 지도를 팔다 우연히 미국인 감독에게 발탁되었다.
파와드는 이번에 아카데미상 단편영화 부문 후보에 오른 ‘부즈카시 소년들(Buzkashi Boys)’ 주연을 맡은 아역스타 중 하나다. ‘부즈카시’는 아프간의 국가 스포츠로 폴로와 비슷하나 훨씬 격렬하며 말을 타고 상대에게서 죽은 염소를 빼앗는 경기다. 감독 샘 프렌치가 카불에서 촬영한 이 영화는 부즈카시의 스타 선수가 되기를 꿈꾸는 대장장이의 아들과 거리 부랑아, 두 절친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마른 체격에 조용하고 성숙한 파와드는 영화를 찍기 전엔 부즈카시 경기를 한 번도 본적조차 없었다. 그러나 이 스토리는 전쟁으로 할퀴고 찢긴 나라에서 자라는 소년 자신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영화 속의 소년들처럼 파와드도 어린 시절부터 외국인들이 양탄자와 보석과 기념품을 사기위해 찾아오는 ‘치킨 스트릿’ 거리에서 지도와 사전, 그리고 껌을 팔았다. 영화 속의 소년들처럼 파와드에게도 큰 꿈이 있다. 조종사가 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지금은 연기를 좀 더 해보고 싶기는 하다.
영화에서 파와드는 거리의 부랑아 ‘아마드’가 아닌 대장장이의 아들로 출연한다. 아마드 역은 아프간의 유명 영화제작자의 아들인 15세 자완마드 파이즈가 맡았다. 2세 때부터 연기를 했고 칸영화제에도 참석한바있는 아역스타다. 실제론 카불의 찌든 거리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지만 자완마드의 연기력은 뛰어났다. 거리에서 촬영도중 미처 카메라를 못 본 행인들이 그가 진짜 부랑아인 줄 알고 돈을 쥐어 줄 정도였다.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 ‘라피’ 역을 맡은 소년을 볼 때마다 프렌치 감독은 줄곧 치킨 스트릿에서 자신에게 지도를 팔았던 소년 파와드를 떠올렸다. “그앤 정말 친절한 소년이었다. 그의 엄청나게 크고 깊은 녹색의 눈은 순수함과 표현 풍부한 침묵으로 우리가 원했던 캐릭터를 너무나 잘 보여주었다”
자라온 배경은 다르지만 두 소년은 실제로도 좋은 친구가 되었다. 자완마드는 모든 게 처음인 파와드에게 연기에 대한 조언도 해주고 텔레비전 인터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데도 도움을 주었다. 어릴 때 아버지를 잃은 파와드는 5남매를 키우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일찍부터 거리에 나서야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많은 단편영화와 함께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커머셜 등을 감독했던 프렌치 감독(36)이 ‘부즈카시 소년들’을 만들게 된 것은 뉴스보도를 통해 알려진 아프간과는 다른 측면의 아프간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출신인 프렌치는 2008년 영국대사관에서 일하는 여성을 쫓아 카불로 옮겨왔다. “처음에 난 문밖을 나설 때마다 날아오는 총탄을 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었지요” 그러나 그가 발견한 것은 미지의 이야기로 가득 찬,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나라였다.
그는 30년의 전쟁과 탈레반의 압제로 파괴된 이 지역 영화산업 재건을 위한 ‘아프간 필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1년 겨울 16일간 카불에서 촬영한 ‘부즈카시 소년들’은 이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전시의 촬영은 쉽지 않았다. 한 시장에서 촬영을 마친 다음날 바로 그곳에 로켓이 떨어지기도 했다. “경찰의 보호를 요청했고 한 장소에서 이틀 이상은 촬영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카데미 후보지명 소식에 뛸 듯이 기뻤지만 몇 주 전만 해도 파와드는 시상식 참석은 기대하지 못했다. 생애 첫 해외여행이자 첫 항공여행이지만 가난한 거리의 소년에겐 비행기 값 마련부터가 하늘의 별 따기였으니까.
아프간 필름 프로젝트는 온라인을 통해 모금운동을 벌였다. 1만 달러이상이 모금되었고 이 영화 제작비를 지원했던 미 국무부와 터키 항공이 두 소년의 항공료 및 여행경비를 담당하겠다고 알려왔다. 미국에서의 체류도 한 아프간 계 가정이 담당하기로 했다. 따라서 모금된 돈의 대부분은 파와드의 대학진학 경비에 보탤 수 있게 되었다.
두 소년은 턱시도를 맞추고 좋아하는 무비스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차있다. 가장 보고 싶은 스타는 “램보!” 실베스타 스탤론과 안젤리나 졸리. 미국학교의 내부도 구경하고 싶다는 파와드는 “정말 흥분 된다”면서 한껏 설렌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성숙한 파와드는 이 꿈같은 흥분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오스카가 끝나면 그는 치킨 스트릿으로 돌아가 가족을 돕기 위해 다시 지도를 팔 것이다. “그러나 내 삶은 영화 속의 아이보다 훨씬 좋아 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그는 친하게 된 몇몇 손님들의 학비지원으로 사립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영화가 성공하면서 파와드는 치킨 스트릿의 명사가 되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축하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기념사진을 찍자고도 한다. 필요하지도 않은 지도를 일부러 사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가 출연료를 받아서 산 셀폰이 계속 울려댄다. 대부분이 인터뷰 요청이다. 나머지 출연료는? 물론 어머니에게 드렸다.
미국에 도착한 후에도 사방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전쟁에 지친 온 국민의 오스카 꿈을 어린 두 어깨에 짊어진 파와드가 이번 기회를 통해 전할 메시지는 간단하다. “우린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아프가니스탄은 평화로운, 좋은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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