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화가와 조각가들은, 그들이 살아가는 동안에 작품을 만들고, 세상을 하직한 다음에는 후세에게 그것을 남겨둔다. 그 작품들 중에는, 인간의 아름다움이 간직된 예술품이 많이 있다. 화가나 조각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육체의 아름다움은 작품속에 동결된 채, 만들어진 그 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함없이 영원하다.

인간의 육체가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휘할 때는 언제인가? 그것은 그림속에서 영원히 정지되어 있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인간의 육체가 넘쳐나는 에너지와 함께 역동적으로 움직일 때이다.

올림픽에 나와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선수들을 보아라. 움직이는 근욕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집중하는 선수의 눈동자는 아름답고, 그 집중된 시선은 날카롭다. 혼신을 다하며 경기를 펼치는 인간의 육체는 살아있는 예술품이다. 그 우아한 움직임과 뿜어져 나오는 근육미. 오직 인간 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신의 작품이며,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의 힘. 그것은 생명체가 보여주는 미의 극치다.

인간의 육체가 아름다운 것은 바로 그 살아있음 때문일 것이다. 박제된 새 보다는 힘차게 하늘을 나는 새가 더욱 아름다운 것은 그 약동하는 생명의 근원 때문이라고 믿어진다.

생명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나는, TV의 화면을 가득채우며 런던에서 벌어지고 있는 2012년의 올림픽을 본다. 틴에이져에서 부터 20대, 30대에 이르는 선수들은 아름다웠다. 그것은 젊음의 아름다움이며, 타오르는 생명의 제전이었다. 정열과 노력의 덩어리. 의지와 패기의 에센스. 인간의 한계와 무한한 가능성이 흐른다. 그 순수한 열정은 젊은이 만이 가진 특권이기도 했다. 응원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도 함성이 되어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젊은이들 만의 잔치이기도 했다.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의 선수들이 금과 은, 동메달을 따면서 기대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린다. 국제 대회에 나가서 그 기량을 겨루는 우리의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일은, 참으로 보람있고 재미있는 일이다. 윗세대에서 별로 잘하지 못하던 여러 종목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한국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것은 우리의 국력이 다른 나라를 능가하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올림픽을 마감하는 날에는 더욱 감회가 어린다. 전에는 그저 남의 잔치에 손님으로 참가하던 올림픽에서, 이제는 대한민국도 그 주역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폐막식의 인사말도, 다음 개최지 브라질의 행사도, 지루하지 않고 정답기만 하다.

그것은 우리의 국력이 다른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손님이 아니다. 올림픽을 개최하기도 하는 나라이며, 우수한 성적으로 그 자리를 빛내는 나라가 아닌가.

젊은이들로 인해서 살맛나는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나이를 먹는 다는 일은, 역사의 쓴맛과 단맛을 두루 맛보게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특히 2012년 런던의 올림픽 폐막식에서는 노년층의 합창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그 합창단의 노래는 나의 마음에 감동을 준다. 젊음과 육체의 향연 올림픽.

그것은 이제 노인이 된 사람들이, 젊은이들을 위해서 한마당 잔치를 열어주는 국제적인 행사이다. 유난히 더운 2012년에, 젊음이 꽃처럼 향기를 뿜어대는 올림픽을 보았다. 육체의 향연이 있어 즐겁고 유쾌한 여름이다. 무심한 듯, 시침이를 뗀 역사의 하루가 오늘도 쉬지 않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