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끝난 런던 올림픽은 한인들에게는 무더운 여름에 청량제와 같았다. 오심 논란에 분해하기도 했지만 금메달 13개를 포함 총 28개의 메달을 획득한 한국 대표팀이 거의 매일 승전보를 울려오면서 한인들에게 감동과 감격을 선사했다. 특히 축구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누르고 사상 최초로 올림픽 동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 런던 올림픽의 절정과도 같았다.
이번 올림픽 기간 중 또 하나 새삼 발견한 것은 한인들과 히스패닉 간 화합과 공존의 가능성이었다. 한국 축구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멕시코와 한 조를 이뤄 맞대결을 펼쳤다. 한국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남가주 한인사회에서 멕시코와의 축구 대결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의 한ㆍ일전만큼 뜨겁다.
흔히 ‘정열’로 상징되는 히스패닉의 축구 열기는 지난 1969년 벌어졌던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간 축구 전쟁을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뜨겁기로 정평이 나있고, 한인들 역시 축구 좋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민족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과 멕시코 간 축구 경기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많은 한인들과 히스패닉이 보여준 ‘함께하는 응원’은 이같은 긴장감을 해소시켜주기에 충분했다. 한인 업주들과 히스패닉 종업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는 한인타운과 다운타운의 업소들에서 업주들이 대형 TV로 종업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한국과 멕시코간 축구 경기를 보는 모습이 많았다. 일부는 축구 경기 결과를 놓고 가벼운 내기를 걸면서 경기를 즐겼고, 일부는 다음 경기의 선전을 기원하며 저녁 때 가벼운 식사 약속을 잡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운타운에서 의류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한인 사장은 “축구에 미치는 것이 히스패닉의 문화이고, 우리 한인들도 그에 못지않게 축구를 좋아하는 만큼 함께 즐기면 외려 축구가 끝나고 업무 능력이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인타운내 히스패닉 사이에서도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국제무대에서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인기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한인타운에서 주차관리 요원으로 근무하는 멕시코계 주민은 한ㆍ일전이 열린 지난 10일 주차장을 오가는 한인들에게 “코리아 굿”이라며 엄지를 추켜올려보였다. 다음날 멕시코가 브라질을 꺾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서 이 주민의 기쁨은 배가되지 않았을까.
스포츠는 스포츠다. 그러나 스포츠는 사회의 상처를 봉합시키고 다독이기도 하는 좋은 치료제이기도 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은 그래서 LA 한인타운에 훈훈한 바람을 일으킨 좋은 치료제로 기억될 것이다.
<허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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